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8일까지 5일(거래일 기준) 동안 무려 1조208억원 어치를 쏟아내 외국인 보유지분율(55.66%)은 연초 고점(1월14일ㆍ59.99%) 대비 4%포인트 이상 하락, 지난 해 9ㆍ11 테러사태 직후 저점(10월4일ㆍ55.9%) 아래로 추락했다. 삼성전자가 1,000 고지 돌파의 견인차가 되기는커녕 외국인에게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오리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는 형국이다.■많이 오른게 죄?
외국인 매도는 미국의 반도체를 비롯한 IT경기와 맞닿아 있다. 1분기 MS, IBM, 선마이크로시스템 등의 실적경고가 이어지고, 그 결과 나스닥 기술주 하락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기술주 펀드 비중 축소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펀드 절대규모도 감소하는 추세다. 미 펀드조사업체인 AMG데이터서비스는 올들어 기술주 펀드는 6억 달러 이상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20만원대 안팎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 온 외국인 입장에서는 40만원대에 육박하는 현 가격대는 차익실현과 기술주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세종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지난해 말 이후 종합지수는 MSCI 세계지수(ACWI)나 신흥시장지수(EMF)에 비해 각각 92%와 63% 초과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며 “따라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내 삼성전자의 비중 역시 이례적으로 커진 상황”이라고 매도 배경을 설명했다.
■팔 만큼 팔았나
굿모닝증권 최창호 시황팀장은 “현 가격대나 외국인 보유지분율 면에서 볼 때 단기 차익실현 물량은 나올 만큼 나왔고, 중ㆍ장기펀드 입장에서는 더 이상 팔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적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19일)를 전후해 매도공세가 일단락될 가능성(서울증권 권혁준 선임연구원)도 점쳐진다.
국내 기관의 매수 수요가 존재하는 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진정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굿모닝 기업분석부 홍춘욱 수석연구원은 “지난 2년간 무려 17조원 어치의 개인과 기관 물량을 외국인이 받아냈다”며 “은행 보험 연기금 등 기관의 매수기조가 지속될 전망인 만큼 외국인의 매도세는 단기적인 강약조절은 있겠지만 연중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비중이 극단적으로 40%대까지 떨어지더라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비중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가평가액 28조원이 변곡점
한편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보유지분율 보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더 중요하다”며 “외국인의 지속 매도에도 불구하고 기관 매수세로 주가가 오히려 상승, 외국인 지분의 시가평가액(8일 31조2,000억원)은 지난해 평균치(17조4,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즉 포트폴리오내 과잉비중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만큼 더 팔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국인 보유지분 변동이 없다는 전제로 삼성전자 주가가 60일 이동선(33만원선)으로 밀린다면 시가평가액이 약 28조원 수준으로 감소해 재매수 탐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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