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종주국 지위를 빼앗겼다니요. 조금 위협받을 뿐입니다.”9일자 16면 ‘인삼 종주국 지위 뺏겼다’라는 기사가 실린 가판이 나간 직후인 8일 밤 본지 경제부와 기자에게 수차례 항의전화를 한 농림부 관계자의 항변이다.
“4억달러 규모인 세계 인삼류 시장에서 우리나라 인삼의 매출이 7,000만달러선이고 고려 인삼이 중국 미국 등 경쟁국의 인삼보다 10여배 가량 비싸게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인삼 종주국의 위상은 건재합니다.”
실제로 시장규모가 4억달러에 불과하다면 수긍할만한 논리다.
그러나 4억달러는 우리가 주로 수출하는 홍삼, 수삼, 백삼 등 원형삼(原形蔘)과 인삼차, 분말 등 단순 가공제품만을 고려한 수치다.
미국의 식품영양학 전문지인 ‘뉴트리션 비즈니스 저널’ 최근호에 따르면 세계 인삼류 시장은 1999년 기준으로 191억달러. 올해에는 2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농림부가 정작 주장하고 싶었던 바는 다른 데 있었다.
이 관계자는 통화 말미에 “인삼 가공제품 특히 의약품은 보건복지부의 관할인데 왜 농림부 탓만 하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연간 30억달러의 매출로 스위스를 신(新) 인삼 종가(宗家)로 자리매김시킨 파마톤사의 자양강장제 ‘진사나’와 같은 제품을 우리나라도 개발해야겠지만 농림부가 간여할 바 아니라는 뜻이다.
그동안 정부의 전매제도에 묶여 인삼 가공제품에 손도 대지 못했던 바이오벤처와 제약업체, 인삼농가들은 지금 저만치 앞서 가버린 세계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97년 전매제가 폐지된 것만으로도 감읍(感泣)할 지경이다.
업계와 농민은 농림부에게 굳이 인삼 제품에 대한 육성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인삼 산업이 몰락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에만 급급하는 농림부의 구태를 우려할 뿐이다.
김태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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