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李祥羲) 후보는 자타가 인정하는 정치권의 과학ㆍ기술 전도사다. 1981년 전문가 몫으로 당시 민정당 전국구 의원이 된 이래 고집스럽게 과기 진흥을 외쳐 왔다.4선의 경력이 쌓인 지금도 그로부터 흔한 정치 얘기를 듣기란 쉽지 않다. 대신 기회만 있으면 “과학 육성에 매달리지 않으면 국가에 미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그의 존재감은 통상적 정치영역에서보다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기계연구소 이사장, 과학기술진흥재단 이사장, 한국영재학회장, 한국발명진흥회장 등의 경력이 적성과 어울린다는 평을 들었다.
약학박사 학위를 가진 그는 정계 입문 이전 변리사로서 제약회사에서 이름을 날리던 전문가였다.
‘생명공학 육성을 위한 국가정책 방향’ 등 과학정책 전문서와 ‘발명왕 도전하기’ 등 대중적 과학서적에 이르기까지 15권의 책을 썼다.
그러다 보니 동료 의원들조차 “과학에 반쯤 미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이 후보 스스로도 “정치판의 왕따를 감수하며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지난 20년간 과학기술의 초석을 닦았다”고 내세운다.
정치인에 대한 통념상 그는 기인(奇人)이라 할 만하다. 2억원이라는 적지않은 기탁금을 내고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고서도 당선은 물론 몇 표를 얻을지조차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의 경선 승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최소한 지구당 위원장으로라도 경선 캠프를 메운 다른 후보와 달리 그를 돕겠다고 나선 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은 아직 없다.
그런데도 “정치적 신념 때문에 나선 경선이니 수나 지지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담담한 표정이다.
다만 “나를 돈키호테 정도로 취급하는 고루한 정치가 IMF를 불렀던 만큼 간절한 호소가 뜻밖의 지지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일말의 기대를 표했다. 그의 노림수는 전혀 다른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기탁금 마련을 위해 20년전 제약회사 임원에서 물러나며 받은 퇴직금으로 산 땅까지 팔았다. 기탁금이 아까울 법한데도 정작 본인은 “오히려 굉장히 싸다”고 밝혔다.
“나의 생각을 국민에게 불어넣을 수만 있다면 20억원, 200억원도 아깝지 않다”며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소신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하다가 갑작스럽게 대선후보 경선으로 방향을 돌리는 등 좌충우돌이라는 비판도 많다.
그는 “중앙의 벽이 높아 과학기술시장으로 부산에서 경제기적을 일으켜 다른 지자체와 함께 중앙에 과학기술의 힘을 입증하려 했지만 줄세우기 등 지방의 벽도 예상보다 높았다”고 해명했다.
본인은 억울해 하고 있지만 윤태식게이트 관련설마저 돌고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 별도 캠프없이 기존 보좌진 활용
다른 후보와 달리 외부 인사를 영입하거나 별도의 선거 캠프를 꾸리지 않은 채 기존 보좌진을 활용하고 있다.
사무실로는 의원회관을 주로 이용하지만 8일 대의원을 상대로 전화 홍보 등에 나설 자원봉사자용으로 서울 방배동에 40평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 후보 자신이 줄세우기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데다 당내 지지자 찾기가 쉽지 않아 선거운동은 주로 인터넷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내에 과학기술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할 만한 눈에 띄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과학기술분야 정책개발을 위해 10여명의 국내 전문가팀을 만들고 미국 호주 일본 등 국외 전문가로 해외자문단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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