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규모의 바둑대회만 열리면 한국이 우승을 독차지한다.1988년부터 4년마다 열리는 잉창치배에서는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순으로 우승했다.
이 달 초 끝난 LG배 세계기왕전에서는 유창혁 9단이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준우승자인 조훈현 9단이 우승했더라도 그랜드슬램이었다.
▦ 한국바둑은 사실 이들 4인방이 주도해왔지만 최근엔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일본이 올해 창설한 아시안컵에는 5명이 출전, 일본 대만에 한 판도 지지 않고 10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13일 시작되는 제15회 후지쓰배에서는 98년부터 한국기사가 4연속 우승을 했다. 여성기사들의 성장도 놀랍다.
일본이 올해 창설한 도요타 덴소배에서 박지은 3단이 이창호의 천적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을 눌러 파란을 일으키더니 이어 중국의 제1회 호작(豪爵)배 세계여자선수권전에서는 윤영선 2단이 박 3단을 꺾고 패권을 차지했다.
▦ 종주국 행세를 해온 일본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자신들이 만든 대회는 한국의 잔치마당이 돼버렸고 한국과 달리 우수한 10대들이 나오지 않아 맥이 끊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그런 일본바둑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바둑을 스포츠종목으로 승인해 달라고 신청키로 했다고 한다.
2008년 바둑발상지인 중국의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올림픽때 공개경기를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바둑과 비슷한 체스는 3년 전에 IOC의 승인을 받았다. 중국도 성적은 부진하지만 이미 1960년대부터 바둑을 스포츠로 다뤄왔다.
▦ 우리는 1월에야 스포츠로 인정됐지만 한국기원이 대한체육회의 가맹단체가 돼야 하며 행정체계도 개편돼야 하는데 후속절차가 부진하다.
올림픽바둑이 성사되려면 나라마다 다른 공제제도부터 통일돼야 한다. 행마가 굼뜨면 주도권을 빼앗기기 쉽다.
기사들의 분전 못지 않게 바둑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스포츠로 인정되더라도 바둑은 일반 스포츠와 다른 예도(藝道)임은 분명하다.
탐부득승(貪不得勝) 사소취대(捨小取大)같은 기훈과 바둑의 페어플레이정신이 정치판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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