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지휘자 박영민(37ㆍ추계예대 교수)이 이끄는 원주시향이 서울에서 모차르트 페스티벌을 펼친다.호암아트홀에서 11일 시작해 12월까지 4회에 걸쳐 매번 모차르트의 주요 교향곡 8곡과 피아노협주곡 4곡을 연주하는 시리즈다.
이번 공연은 지방악단의 당당한 서울 진출이라는 점에서, 또 낭만시대를 거치면서 과장되고 왜곡된 모차르트 음악을 원전에 충실하게 연주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박영민은 “모차르트가 원하고 의도했던 소리에 가장 가깝게 연주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모차르트 연주는 낭만적 색채를 강조해 느린 악장은 더 느리게 하고, 역동성을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는 등 지나치게 심각하고 무겁게 하는 경향이 많지요. 예컨대 브루노 발터가 지휘한 모차르트의 아다지오 악장은 브람스처럼 들립니다. 모차르트가 들으면 오히려 이상할 걸요. 그런 덧칠을 벗겨내고 그의 음악적 순수에 도달하고자 합니다.”
박영민과 원주시향이 그려낼 모차르트의 표정이 그동안 국내에서 자주 봐온 것과 크게 다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연주의 악보는 ‘국제모차르트재단’이 1991년 펴낸 베렌라이터 판을 쓴다.
외국 주요 교향악단은 진작부터 이 악보를 써온 반면, 국내에서는 주로 1800년대에 만들어져 낭만시대에 맞게 많이 고쳐진 브라이트호프 판을 써왔다.
그는 “모차르트를 그저 예쁘고 깨끗하게만 연주하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모차르트는 사실 재기발랄하고 변덕이 심하고 유머러스하고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었죠. 그런데 상업적 목적에서 ‘천재’로 강조되면서 그의 인간적 면이 많이 간과됐습니다. 우리는 그가 얼마나 격정적인 작곡가인지 밝히고, 그의 순수한 음악적 유희를 고상한 척 각색해온 무책임한 객관주의를 배격하고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모습으로 재생하고자 합니다.”
이 시리즈의 오케스트라 규모는 30~35명 정도. 박영민은 “모차르트 작품의 초연 당시와 비교하면 이것도 큰 편성”이라고 말한다.
작은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앙상블이 기대된다.
서울대 음대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한 그는 귀국 이듬해인 1997년 원주시향이 창단되자 전임지휘자를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창단 당시 상임 단원 3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27명이다.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악단으로서 무리하게 단원 숫자를 채우기보다는 소수 정예로 핵심 앙상블을 튼튼하게 유지하면서 외부의 좋은 연주자를 객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음악 수준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11일 첫 공연(오후 7시 30분)에서는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29번과 함께 피아니스트 이경미(경남대 교수)의 협연으로 피아노협주곡 9번을 들려준다.
나머지 세 차례 공연의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미아 정(6월 13일), 채정원(9월 12일), 이형민(12월 12일)이다.
이들 여성 피아니스트 4명이 서로 다른 빛깔로 그려낼 모차르트도 관심거리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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