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년을 고생하는데 저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것 같아 죄송하고 쑥스러울 뿐입니다.”강병규(30)는 어렸을 적 소원 세가지를 모두 이뤘다.
비행기 타고 외국 가는 것이야 성남고 투수로 활동하던 시절 이미 이뤘지만 TV와 CF 출연은 지난해 1월 연예인으로 변신했기에 가능했다.
지금까지 출연한 TV 프로그램이 10여 편, CF가 2개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야구해설자가 되는 것뿐”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최근에는 아예 방송3사 간판 오락 프로그램의 MC 자리를 4개나 싹쓸이했다.
6일에는 KBS2 가요프로그램 ‘뮤직 플러스’, 7일에는 SBS ‘쇼 일요천하’에서 MC로 첫 선을 보였다.
13일 MBC ‘목표달성 토요일’, 15일 SBS 라디오 ‘달려라 러브 FM’의 MC 자리도 예약해 놓은 상태. 한마디로 방송 16개월 만에 정상에 섰다.
“그래도 아직은 올라가는 단계죠. 방송활동은 시청자들이 싫증 낼 때까지 한 5년 정도는 더 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영화와 드라마쪽에도 진출하고 싶습니다. 그 다음 유학을 갔다 온 후 스포츠 매니지먼트 대표와 야구해설자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그의 매력은 무엇보다 건강한 외모와 구김살없는 미소가 주는 해맑은 이미지.
누가 옆에서 웃기기만 하면 무대를 뒹굴며 눈물까지 찔끔 흘리는 모습도 보기 좋다.
“주위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친숙하고 건강한 청년 이미지로 승부를 걸겠다”는 그의 전략도 그래서 가능했다.
“어느 정도 유명해진 것 같은데 CF 섭외가 두 개로 끝나니 이해가 안 된다”며 너스레를 떨어도 밉지가 않다.
연예인으로 확실하게 변신한 그이지만 아직도 20년 동안 해온 야구생활을 하루아침에 그만둬야 했던 2000년을 잊지 못한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구단에 찍혀 자유계약선수로 방출된 그 아픔이다.
“그 때 이야기는 며칠 밤 새워서 이야기해도 모자란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처럼 쉴 틈도 없이 바쁠 때면 솔직히 짜증이 납니다. 그러면 연예계에 발을 딛던 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본의 아니게 야구를 그만두고 괴로워하던 그때로요. 열심히 연예인 활동하다 시청자들이 외면하면, 야구 용어로 말해서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된다면 언제든지 물러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야구를 그만둘 때의 아픔만 하겠습니까?”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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