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밤 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陳承鉉)씨 등 ‘진승현 게이트’관련자 7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해 이뤄진 ‘기습 압수수색’은 검찰이 진씨의 정치권 로비정황을 상당부분 확보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검찰이 아무런 근거 없이 김삼영, 박우식씨까지 포함된 사실상 사건 연루자 전원에 대해 행동에 나섰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검찰은 이미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 등에 대한 조사 결과 소위 ‘진승현 리스트’의 내용을 대부분 확보한데 이어 고위층 인척 K씨와 민주당 K, P의원, 한나라당 J, P의원 등에 대한 개별 내사파일까지 만들어 둔 상태다. 문제는 진씨 등의 진술 말고는 뚜렷한 물증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검찰이 사실상 수사대상자 선별작업을 마친 뒤 이날 최종 물증확보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도 “진씨 로비의혹과 관련한 단서를 찾아 이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은밀히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관련자들의 통장과 회계장부, 수첩 등 자료를 분석한 뒤 향후 조사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나 일단 압수수색 결과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높은 상태다.
이와 함께 진씨가 30명에 달하는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거액을 건넨 배경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이 중 상당액이 구명로비 자금일 가능성이 있다. 이미 김재환씨가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데 이어 그가 받은 진씨 자금이 20억원으로 증가한 상태라 구명로비 대상자도 그만큼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여야 정치인들의 총선자금 용도로 건네진 돈이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즉 진씨가 김씨와 별개로 정치인에게 줄을 댈 목적으로 건넨 ‘순수한’ 의미의 로비자금이 상당액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진씨는 2000년 4월 16대 총선직전 민주당 허인회(許仁會) 동대문을 지구당 위원장에게 5,000만원의 후원금을 건넨 데 이어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과 함께 전남 목포를 방문,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검찰의 추가 수사결과 MCI코리아의 유모 전무가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 의원과 김문수(金文洙) 의원에게 각각 400만원과 200만원의 후원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난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유 전무는 “친분관계에 있던 두 의원에게 적법한 후원금을 건넸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진씨에게 보고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여 사실상 진씨의 심부름꾼이었음을 시인한 상태다. 진씨의 한 측근도 “정말 중요한 부분은 김씨와 별개로 진씨가 직접 벌인 로비”라며 “진씨의 직접로비 내용이야말로 사건의 몸통”이라고 밝혀 총선자금 전달설을 뒷받침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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