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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에도 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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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에도 색깔론?

입력
200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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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야당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좌파적이라고 규정하고 공격에 나섰다.기업 퇴출과 빅딜, 은행국유화, 관치금융 등이 시장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계획경제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전제하고 야당의 주장대로라면 개혁을 권고한 IMF도 좌파라는 논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러한 여야의 공방은 과연 우리 경제를 위한 건설적인 논쟁인가? 야당의 주장은 여당의 정책을 흠집내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극단적인 정치공세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여당의 대응은 한 발자국도 물러 설 수 없다는 배수진을 쳐놓고 정책의 잘못을 상대방에게 넘기려는 정치역습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위험한 것은 IMF 개혁정책에 대해 여야가 ‘죽기살기’식 흑백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IMF가 권고한 개혁정책은 시장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좌파식 정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순수한 개혁정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선진 강대국의 신자유주의 논리의 지배를 받는 IMF가 자체의 이념에 부합하는 정책을 강압적으로 요구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여야는 IMF 정책의 본질을 파악하지도 않고 국민경제를 다시 정치싸움의 대상물로 전락시키며 국민의 혼란과 불안만 야기하는 파괴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IMF의 개혁정책은 고금리와 긴축, 부실한 금융기관 및 기업의 퇴출, 시장의 완전개방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정책들은 방만한 통화 팽창, 비리와 부패로 부실화한 경제구조를 뜯어고치고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극히 시장논리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는 이러한 개혁정책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따라서 거꾸로 경제의 구조적 붕괴를 가속화하고 경제의 대외 예속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우선 IMF가 요구한 고금리 긴축정책은 부채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우리 기업들에게 막대한 이자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자금난을 가중시켜 대규모 연쇄도산을 촉발했다.

이에 따라 산업기반이 와해되는 현상이 나타나자 주가는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개방정책은 우량 주식을 외국자본에 헐값 매각토록 함으로써 국부유출과 경제주권 훼손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이른다. 이는 미국의 10.1%, 일본의 18.9%에 비하면 턱없이 높다.

경제의 심장이라고 하는 증권시장이 사실상 외국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포항제철, SK텔레콤, 국민은행 등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지분 절반 이상이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우리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구조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서 현재의 회복세를 잘 활용할 경우 우리 경제는 자생력을 되찾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흙탕물 선거싸움에 휘말리면서 거품정책이 남발될 경우 우리 경제는 다시 주저 앉을 것이다.

내면적으로 우리 경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하이닉스,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등 ‘시한 폭탄’이라고 하는 부실기업들의 정리가 표류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구조조정에 공적자금을 153조원이나 투입했지만 회수의 길은 막막하고 정부는 빚 투성이다.

더욱 큰 문제는 소득격차이다. 상위 10% 부유층 소득이 하위 10% 서민층 소득의 9배가 넘는다. 여기에 실업문제까지 겹쳐 사회불안이 심각하다.

경제의 대외 예속도 날로 심화하고 있다.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경제를 근본적으로 살릴 것인가? 이것이 바로 선거전의 쟁점이 되어야 한다.

선거는 국민의 희망을 담아내는 민주주의 축제이다. 국민의 삶의 기반인 경제에 대해서조차 색깔론을 덧씌워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반국민적 행위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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