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정부가 인접국에 퍼져 있는 헝가리계 주민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변 6개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1월부터 루마니아 등 주변 6개국에 거주하는 헝가리계 주민 270만명을 대상으로 헝가리 내에서의 3개월 취업권과 귀향 보조 등 혜택을 주는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헝가리의 이 같은 정책은 자유화 이후 경제개혁의 성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97년 이래 연간 4%의 고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헝가리 국민들 사이에 민족의식이 싹트고 있다. 특히 1998년 집권한 중도 우파의 빅토르 우르반 총리는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 예정을 앞두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는 취지에서 1차 대전 패전 이후 주변국에 할양했던 영토에 사는 동족의 헝가리 내 지위를 보장하는 법률(지위법) 제정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그러나 주변국들은 이 같은 정책이 명백한 주권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증명서를 받는 헝가리계 주민들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루마니아는 지난해 말 루마니아인에게도 3개월간의 헝가리 내 취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헝가리계 주민에 대한 증명서 발급을 인정했지만 이로 인한 헝가리 정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어 갈등의 소지는 여전하다.
증명서 발급은 7일 실시한 헝가리 총선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라 여당인 청년민주동맹(피데츠당)은 주변국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하는 야당인 사회당을 조국의 배신자라고 몰아 세우기까지 했다.
총선 1차 투표 결과 사회당이 42%를 확보, 41%를 차지한 피데츠당을 근소한 차이로 눌렀지만 21일 실시되는 결선투표에서 피데츠당이 승리할 경우 헝가리의 동포우대 정책은 동구권에 민족갈등의 불씨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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