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향 감독의 두번째 영화 ‘집으로…’가 개봉 첫 주말(5~7일) 흥행 돌풍을 일으켰습니다.물론 식목일까지 3일간의 황금연휴 덕분이기는 하지만, 전국 31만2,000명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기록입니다.
‘집으로…’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철저히 계산된 상업적 전략이라 할지라도 외할머니(김을분)의 한없이 너그럽고 깊고 따뜻한 외손자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없으니까요.
또 영화 무대 역시 문명이 닿지 않은 산골이란 점도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장치입니다.
사람들은 ‘집으로…’에서 두 가지 잃어버린 원형을 발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바로 할머니와 고향이란 존재입니다. 한글도 모르는 꾸부정한 할머니.
그렇지만 자식에 대한 욕심을 가진 어머니와 달리 철저히 손자의 마음을 지켜주려는 할머니의 사랑. 그 할머니가 사는 곳은 또 어떻습니까.
전기도 없는 산골, 나무조각으로 지붕을 올린 너와집, 순박한 마을 사람들, 공해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동산.
사람들은 자신을 그 얄밉고 철없는 상우(유승호)에게 대입시키고, 김을분 할머니에게서 자신의 외할머니를 떠올릴 것입니다.
어린시절을 그리워 할 것입니다. 비록 영화속의 집과 전혀 딴판인 마을이고, 고향집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집으로’는 이렇게 철저히 과거의 영화입니다.
우리들, 특히 도시에서 사는 어른들의 외할머니와 고향에 대한 기억 역시 어린 시절 정지된 화면과 시간으로 남아있습니다.
‘집으로…’는 복고형 영화입니다.
비슷한 정서와 다큐멘터리적 형식이지만 지금의 도시와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감독 마지드 마지디)과 중국영화 ‘책상서랍속의 동화’(감독 장이모)와는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집으로…’의 마치 현실인 척하는 사기에 개의치 않습니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그것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면 더욱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집으로…’의 흥행결과를 분석해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보통 다른 영화의 30%보다 훨씬 많은 관객의 45%를 서울이 차지했습니다.
무슨 작가주의 영화도 아닌데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까지 합치면 80%를 넘습니다.
또 영화사의 극장 출구조사에 의하면 전체 관객중 30대 직장인이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집으로…’야말로 도시시청자를 위한 농촌드라마 ‘전원일기’같은 것이 아닐까요.
이대현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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