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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숲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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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숲으로 가는 길

입력
200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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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일본을 여행해 보면 그곳 산 빛깔이 우리와 다르다. 신기하다.차창 밖으로 붉은 색과 주황색, 초록 등 단색 옷을 입은 산들이 다가오고 물러간다.

여러 단풍이 어울려 울긋불긋한 우리 산과는 다른 표정이 있다.

인공조림을 했기 때문에 상록수 지대와 낙엽수 지대 등이 저마다 다른 옷을 입고 있다. 우리 숲에 비해 일본 숲이 검푸른 것도 인공조림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숲을 산림이라고도 부른다. 숲이 대부분 산에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유럽에는 숲이 평지에도 많다.

■ 우리나라는 숲이 국토의 65%를 차지하는 산림국이다. 숲은 사유림(70%)과 국유림(22%), 공유림(8%)으로 구분된다.

사유림은 방대하지만, 산 주인은 대부분 산 가꾸기에 관심이 적다. 식목일에도 산 주인은 나무를 심으러 가기보다는 음덕을 받기 위해 선영을 돌보러 간다.

우리의 산과 숲은 방치되어 있다. 아직 20년생 이하의 어린 숲이 절반이나 되는 우리 산은 바뀌어야 한다.

식목의 차원을 한 단계 높여 ‘나무심기’에서 ‘숲 가꾸기’로 바꿔야 한다.

■ ‘숲과 문화 연구회’라는 모임이 있다. 1992년에 시작된 이 모임은 ‘숲과 음악’ ‘숲과 종교’ ‘숲과 미술’ ‘숲과 휴양’ 등의 책도 펴냈다.

그들은 숲을 가꾸는 일이 인간의 사고와 생활습관, 정신세계를 정화ㆍ순화시킬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숲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실제로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숲이 없는 곳의 사람보다 잘 어울리고 잘 뭉치며, 강한 소속감을 갖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5000년전 나일강 상류에는 숲이 울창했다. 그러나 지금은 황무지가 되었다.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고 피라미드, 스핑크스를 축조하면서 거대한 돌을 운반하기 위해 나무를 엄청나게 소모했다.

나일ㆍ황하ㆍ인더스강 유역, 메소포타미아 평원 등 4개 문명의 발상지가 다 황폐해졌다.

숲은 문명을 완성시키고 생명을 다한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다시 숲을 가꾸는 일이다.

그리스 격언은 가르친다. ‘사람들이 그 그늘 아래 앉지 못할 나무를 심을 때, 문명은 번창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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