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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에 '백남준 미술관'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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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에 '백남준 미술관' 세운다

입력
200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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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에 ‘백남준 미술관’이 건립된다.경기도와 재단법인 경기문화재단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4년 개관을 목표로 경기 용인시 기흥읍 상갈리 산23 일대 3만 4,616평의 부지에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70)씨의 작품과 개인 사물 등을 전시할 ‘백남준 미술관’(가칭)을 건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백씨와 2월 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계약했으며, 3월 11일 우선 국내에 들여올 작품 58점과 백씨의 미국 스튜디오 벽면 1세트(개인 사물 수백 점 포함)의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술관 설계에는 백씨가 직접 참여하며 올해 하반기 중에 착공할 예정이다.

인류의 문명사적 변환을 새로운 미술로 구현한 예술가이자 사상가로 꼽히는 백남준씨를 기리는 국내 미술관 건립은 그간 몇 차례 시도됐지만 구체적 계획이 확정되기는 처음이다.

백씨가 선별한 58점의 전시작은 레이저 작품 3점, 비디오 작품 13점, 드로잉 31점, 페인팅 11점이다.

이들 중 ‘삼원소’는 백씨가 “빅뱅 이후 10억년 동안 비가 내린다”는 철학적 부제를 붙인 것으로 원, 삼각형, 사각형의 기본적인 3형태를 프리즘에 의해 분산된 레이저 빛이 모니터와 거울에 의해 연속 반사되는 원리로 표현한 역작.

또 지난해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특별전에서 선보여 커다란 화제를 모았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면 모니터가 작동되는 ‘파티시페이션 TV’와 ‘TV 물고기’ ‘TV 시계’ ‘엘리펀트 카트’ 등도 포함됐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백씨의 평소 작품활동과 생활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미국 뉴욕 블룸스트리트의 작업실을 재현키로 한 점이다.

작가의 각종 연장과 작업 책상, 도구 비치용 선반, 소품 세트, 화장실 출입구와 가림용 창살 등 15㎙ 크기의 벽면 세트가 ‘정보의 벽’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된다.

블룸 스튜디오는 백씨가 미국 정착 초기 힘들게 작품활동을 하던 공간으로 그의 열정적 예술정신이 그대로 투영된 곳이다.

백씨는 미술관 건립 부지 선정에 이어 설계에도 적극 참여할 의사를 보이고 있으며, 미술관 현판용 사인 글씨를 써 보내왔다.

그는 또 “미술관 공간 중 100평은 비워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 작품 구성과 공간 배치에 대한 특유의 아이디어를 구상중임을 내비쳤다.

경기도는 현재까지 사업 추진을 위해 520만 달러의 비용을 들였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건립 예정 부지 인근은 민속촌과 도립박물관이 있고, 도립국악당 건립도 예정돼있어 백남준 미술관이 세워지면 국제적인 문화예술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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