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900선 안착엔 성공했지만 당분간 조정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에선 외국인 매도 및 기관 매수의 지속여부가 관심사다. 지금까지 지수를 이끌어온 수급 측면에서의 ‘기관화 장세’와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실적 장세’ 가 얼마나 탄탄하냐는 의문이 그것.전문가들은 중ㆍ장기 대세상승 기조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인 만큼 기관 선호주 위주의 종목 차별화 투자 전략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한ㆍ미 증시 차별화
국내 증시는 지난 주 말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과 반도체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40만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왔다. 미 증시가 실적 우려감을 떨치지 못하고 불안한 행보를 보여온 것에 아랑곳 없이 독자 노선을 걸어온 셈.
세계 증시, 특히 미 증시와의 동조화가 대세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 같은 차별화는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차별화 현상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기관 매수세로 인한 양호한 수급 ▦미국 기업과 달리 대폭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기업의 1ㆍ4분기 실적을 제시한다.
4일까지 10거래일 동안 기관은 7,431억원어치를 순매수, 8,113억원어치를 순수하게 팔아치운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받아내며 시장을 이끌었다. 최근 한달 동안에도 외국인은 1조6,922억원치를 순매도 했지만 기관은 9,214억원어치를 순매수 개인(7,708억원어치 순매수)과 함께 장을 떠 받쳤다.
외국인이 2,637억원어치를 순매도한 8일에는 기관의 551억원 순매도가 덧붙여지면서 지수를 18포인트 가까이 끌어 내렸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속에서 기관화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부정적 대외재료에도 불구하고 8조3,000억원에 달하는 투신권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 등 자금 유입이 꾸준히 진행 되고 있는 만큼 기관 매수세가 쉽게 꺽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대폭 실적 호전을 비롯한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차별화의 요인. KGI증권 황상혁 연구원은 “미 기업들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8.7%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비해 국내 기업은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 개선이 점쳐지고 있다”며 “이 같은 기대감이 우리 증시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선호주ㆍ수출주 등 유망
세종증권 오태동 선임연구원은 “투신권으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1998년과 99년에 걸친 대세 상승기때 보다는 늦고 기관의 매수가 프로그램 매수가 위주인 소극적 매수인 점 등을 볼 때 자칫 조정이 깊어질 수도 있다”며 “ 상승종목이 압축되고 있는 만큼 종목을 차별화 해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투증권 김대열 연구원은 “경기 모멘텀이 내수에서 수출로 이전되고 있고 기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민감주, 수출관련주, 기관선호 실적주 등 주도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실적 개선 모멘텀이 뚜렷한 종목들 위주로 접근 하라는 조언도 많다. 교보증권 이혜린 선임연구원은 “기관의 매수지속 여부를 지켜보면서 800선 안착 이후 장세를 선도한 전기전자ㆍ철강ㆍ화학 등 소재 관련주, 운수창고업종 등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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