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인 S사 최모 회장은 지난해 경쟁사인 D사 보유지분 12만주(4.03%)를 매도했다. “D사가 자금사정이 어려워 전환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D사는 최 회장이 지분을 매도한 다음날 전환사채 발행사실을 공시했다. 주가는 하락했고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입신한지주의 굿모닝증권 인수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외국인과 기관의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으로 내부자거래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증시 관계자들은 국내 상장 등록기업들이 특정 증권사, 특히 시장 영향력이 큰 외국계 증권사에 먼저 정보를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달 LG전자의 분할 발표가 있기 직전 외국인과 기관이 해당 주식을 집중 매입한 것도 내부정보가 사전 유출 의혹의 대상이 됐다. 더욱이 올들어 감사 퇴출규정(서든 데스) 강화로 퇴출기업이 늘어나면서 이지닷컴 등 상당수 퇴출기업 대주주들이 사전에 대규모 물량을 장내ㆍ외에서 매도, 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증시 관계자는 “투자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사전에 외국계 증권사에 먼저 유출되는 일은 일상사가 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피해는 물론 시장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신한지주 사안의 경우 일본계 특정 증권사를 통해 매수 주문이 집중돼기도 했다.
미공개정보 거래사례 적발의 1차적인 책임은 증권거래소 등 증시에 있다. 거래소 등은 상시 심리를 통해 중요 정보 공시 전후 주식거래 내역이나 대주주 지분변동 주가 등을 해당 증권사로부터 넘겨받아 조사를 벌인 뒤 위법 개연성이 있을 경우 금융감독원에 통보한다. 하지만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조사권이 없는 만큼 위탁자 직접조사 등은 아예 불가능하고, 해당 증권사가 불리한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권한도 없다.
금감원 역시 인력 부족으로 치밀한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전정보 유출의혹을 조사하고 확증을 잡으려면 통화기록 확인 등 전문적인 수사기법도 동원해야 하지만 중요한 사안이 아닐 경우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증시 관계자는 “현행 솜방망이 감독ㆍ규제 체계로는 기관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미공개정보 이용사례를 근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즉 기업의 중요 정부가 증권사에 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증권사가 이를 자사 상품매매에 이용하지 않고 고객에게 제공만 했을 경우 등 법 적용 범위도 애매한 데다 물증 확보도 어렵다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수년 새 미공개정보이용 혐의로 적발된 사례 대다수가 기업 임직원이나 친지 등 개인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고, 외국인과 기관은 거의 없었다는 점도 이 같은 한계를 뒷받침한다. 증시관계자는 “정보 관리의 중요성은 시장 규모가 확대될수록 중요해진다”며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엄격한 법ㆍ제도와 규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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