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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韓人 최초 '英로얄발레'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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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韓人 최초 '英로얄발레' 유학

입력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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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계 유명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무용수가 10명이 넘고, 우리나라 무용학도가 세계 무용콩쿠르에서 입상했다는 소식도 더 이상 귀에 설지 않다.우리 무용계는 이제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실력과 저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그 입지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굳건한 위상을 지키는 우리 무용계를 볼 때면 1966년, 내가 처음 유학길에 올랐던 때의 기억이 새롭게 느껴진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영국의 로얄 발레스쿨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 나는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한국에서도 발레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미 유학 전에 국립 무용단의 주역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기에 그런 질문은 날 당황케 했고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게 좋은 자극이 되었고, 나는 한국인의 잠재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학교 수업은 물론 어학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부족한 테크닉을 보충하기 위해 유명한 선생인 에롤 에디슨이 가르치는 학교에 다니며 별도의 지도를 받기도 했다.

세계적인 발레 학교인 로얄 발레스쿨에는 매년 학기 말이 되면 세계 각지에 있는 무용단 예술감독이 찾아온다.

유망한 신인 발굴을 위해 오디션을 개최하는 것이다. 예술감독 중에는 명성이 자자한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의 니콜라스 베리오 조프로도 있었다.

당시 나는 1년간의 예정된 과정을 마쳤지만 좀 더 공부하기 위해 1년 더 머물 수 있는 장학금과 체제비를 지원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오디션에 출전하기는 했지만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는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발탁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디션이 끝나자 학교 주임 선생님은 조프로 감독이 나에게 입단을 제의해 왔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랐고 뛸 듯이 기뻤다.

지금까지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전율에 휩싸인다.

무대에서 내려와 후학들을 가르치는 지금 젊은 무용학도들의 열정을 볼 때, 또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우리 무용수들이 하나 둘 늘어날 때,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이런 기쁨이 클수록 36년 전 그날의 소중한 기억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 김혜식ㆍ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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