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는 약방의 감초처럼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생선이다.그런데 조기는 싱싱하게 먹는 것보다도 소금에 절여 잘 건조한 게 더 가치가 있다. 굴비가 바로 그것.
말린 조기로 굴비로 부르게 된 연유는 고려시대 이자겸(李資謙)이 인종에게 올린 상소문 때문.
정주(지금의 전남 영광)로 귀양간 이자겸은 조기의 뛰어난 맛에 반해 인종에게 조기를 진상했다.
이때 귀양살이에도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정주굴비(靜州屈非)’로 함축해 적어 조기와 함께 올렸다.
하지만 인종은 ‘정주에는 굴비가 유명하다’는 뜻으로 해석, 이듬해부터 영광 굴비를 진상품목에 넣는데 그쳤다는 것.
조기는 산란을 위해 서해로 돌아오는 이맘 때 것이 가장 좋다. 특히 곡우(穀雨ㆍ20일)를 전후로 해 알을 낳기 전에 잡은 조기를 ‘곡우살이’(혹은 오사리)라고 해서 최고로 친다.
안병철한의원 안병철 원장은 “조기에는 특히 단백질, 철분 등 무기질과 비타민A, B가 풍부하고, 조기 기름에는 세포발육을 촉진시키는 성분을 함유해 어린이 성장 발육에 좋다”고 말한다.
동의보감은 ‘조기가 소화기질환을 치료하거나 신장계통에 이상이 생겼을 때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적고 있다.
위장기능을 강화해 소화불량이나 배가 답답하고 팽팽하게 붓는 증상과 신경성 위장병 등에 좋으며 만성 설사나 이질로 인한 설사를 멎게 한다.
이 밖에 조기는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증상도 개선한다.
조기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어 살코기는 신장기능이 허약해져 생기는 불면증과 건망증에 좋고, 부레는 정력제로 사용한다.
또한 조기 포(말린 살코기)는 급성 장염에 좋고, 껍질은 지네에 물렸을 때 붙이는 민간치료제이다.
그러나 조기를 몸에 열이 많아 종기가 잘 생기고 얼굴이 붉은 사람과 감기로 기관지염이 생겨 기침이 심할 때는 먹지 말아야 한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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