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와 관련, 지난 1년4개월여 동안 존재 여부를 놓고 억측이 구구했던 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陳承鉉)씨의 정·관계 로비 리스트가 마침내 실체를 드러냄에 따라 정치권에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특히 검찰이 리스트에 오른 주요 정치인 등 10여명에 대해서는 별도 파일을 작성, 이미 본격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밝혀져 금명간 이들에 대한 줄소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른바 ‘진 리스트’, 또는 ‘김재환 리스트’가 재거론된 것은 지난해 11월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과 정성홍(鄭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이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구속)씨가 보관하던 리스트를 빼앗기 위해 그를 폭행했다는 본보 보도가 나온데 이어 김씨가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하면서부터.
검찰은 이후 재수사를 통해 진씨가 지난 16대 총선 직전 민주당 허인회(許仁會) 지구당 위원장에게 5,000만원의 후원금을 낸데 이어 정 전 과장을 통해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하려 했다는 사실까지는 확인했으나 김씨가 해외로 도피, 더 이상의 수사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 검찰이 확보한 김재환 리스트는 편지지 한 장에 30여명의 정치인 명단과 로비액수 등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사정기관 간부도 포함돼 있으며 액수는 대부분 1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이 리스트는 검찰이 그 동안 내사를 통해 확보했던 진씨의 로비대상 명단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이들 가운데 주요인사 10여명에 대해 작성한 수사파일에는 ▦피내사자들에 대한 첩보내용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내용 ▦진씨와 관련자들의 대질신문 기록 등이 첨부돼 진씨의 정·관계 로비 실태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상당 정도 진행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일단 외형상 신중한 수사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수사 자체가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가 아직은 관련자 진술 외에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번주 중에 우선 김방림 의원부터 소환,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한 뒤 계좌추적 등 물증확보 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돼 온 리스트가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 마당이어서 정치인 소환이 마냥 늦춰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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