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육은 1947년 제정된 교육기본법에 기초하고 있으며, 6·3·3·4제를 갖추고 있다.만 4세부터 유치원 교육을 받는 것이나 6년제 의무교육, 고교 입학 시험 등 교육의 기본 틀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력주의, 입시 경쟁의 저연령화, 이지메, 학급붕괴 등 많은 교육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유사하다.
그러나 일본은 최근들어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제도적인 변화로는 1992년부터 월1회, 2회의 단계를 거쳐 올해부터 완전 시행에 들어간 주5일 교육제가 있고, 1999년부터 도입한 6년제 중·고 일관제가 있다.
학교의 자율권, 학생의 선택권이 중시되면서 대안학교 등 새로운 유형의 교육기관이 등장했고, ‘단위’ 획득만으로 졸업이 가능한 단위제 고교, 통신제 고교 등이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또 학급붕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TT제(팀티칭, 교과담임제), 복수담임제, 학급당 소수 인원제 등이 학교·지역별로 시행되고, 논란속에 국립대학의 법인화가 추진되고 있다.
물론 일본의 이러한 개혁 조치는 그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유사한 교육제도와 풍토를 가진 우리로서는 긍정·부정적인 측면을 가리지 않고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본의 교육제도는 표면적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초등학교는 학교당 어린이수가 평균 310명으로, 한 학년은 많아야 2~3개 학급으로 구성돼 학급·학년·학교간 교류에 큰 어려움이 없다.
또 새 교수법이나 커리큘럼은 활발한 교사들의 연구회 활동과 대학교수 등 전문가 집단과의 연계를 통해 개발되고 실험, 적용된다.
교실내에서는 몸 전체를 움직이는 수업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아이들은 공작(圖工)시간에 망치나 톱 등 공구를 이용해 ‘직접 만들기’를 즐겨 하며, 당연한 것이지만 재봉과 같은 모든 실습 활동은 학교에서 아이들 손에 의해 이뤄진다.
또 어린이관, 공원, 도서관, 문화센터 등이 집 가까이 있어 방과후에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1년 내내 열리는 크고 작은 지역 단위의 행사에 온 가족이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일본의 힘은 가정과 사회의 교육에서 나오며, 이 교육은 보통사람들에 의해 무의식·비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사회 전반에 흐르는 ‘기본과 기초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보통사람들이 자기 일을 자기 속도대로 묵묵히 해 나가는 풍토야 말로 일본 사회를 받쳐 주는 실제적인 교육 기반이 아닌가 싶다.
이들은 ‘처음부터 하나하나’라는 태도가 몸에 배여 있고, ‘기초 다지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을 극히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서 ‘적당히’와 ‘건너뛰기’를 기본적으로 배격한다.
사회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이들의 일상적인 삶이 바로 일본의 차세대를 흔들리지 않는 기본과 기초 위에 올려놓고 있는 교육적인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정광희·일본국립교육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