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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준비하는 사람들 / 홍명보·김병지선수 부인 조수미·김수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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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준비하는 사람들 / 홍명보·김병지선수 부인 조수미·김수연씨

입력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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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이 패할 때마다 가장 마음 아픈 사람은 바로 선수 가족이다. 특히 패배의 순간 가족들의 아픔은 선수에 비할 바 아니다.남편이나 아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단 가족들은 2002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긴장의 강도가 점점 높아진다. 최종 엔트리 후보중 기혼자는 8~9명 정도. 수비의 핵 홍명보와 골키퍼 김병지의 부인은 결혼 후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히딩크 사단 출범이후 잘 나가던 남편이 감독의 눈 밖에 나 오랜 시간 대표팀 주변을 겉도는가 하면(김병지), 부상으로 대표팀 탈락 가능성까지 거론(홍명보)됐기 때문이다.

홍명보의 부인 조수미(29)씨와 김병지의 부인 김수연(29)씨는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사양했다. 남편이 모두 포항구단 소속인 두 부인의 마음고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의 선전은 국민의 성원에 달렸다’는 말로 설득, 어렵게 만난 이들의 첫마디는 역시 ‘긴장감’이었다. “월드컵 개막이 다가올 수록 남편보다 더 긴장돼요.”

김수연씨는 지난해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 때 튀는 플레이로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난 일이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 놓았다. “남편도 그때의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비난받을 때는 남편보다 내가 더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남편은 후배 이운재와 경쟁을 즐길 만큼 긴장상황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조수미씨 역시 지난해 남편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하고 신예 송종국의 등장으로 이미 한물 간 선수처럼 취급을 받아 마음이 무척 상했다. “남편이 유럽전지 훈련을 떠나면서 전에 없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참 어린 후배와 비교되는 것도 서글픈데 그동안의 공로까지 폄하하는 팬들의 냉엄한 판단이 무서웠다”며 인고의 시간을 회고했다.

이들은 남편의 힘든 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남편이 축구 외에는 일절 신경 쓰지 않도록 대소사를 혼자 처리한다.

의상디자인을 전공, 남편의 유니폼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던 김씨는 틈나는 대로 팀닥터에게 배운 스포츠 마사지를 남편에게 직접 해주곤 했다.

그러나 둘째를 갖는 바람에 요즘은 해줄 수가 없어 마음이 아프다. 홍명보의 일본 J리그 시절 섬세한 외조로 유명했던 조씨는 9개월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남편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집안분위기에 무척 신경을 쓴다.

“명보씨는 해외 전훈 때면 하루에 한번은 꼭 전화로 대화를 나눠요. 절대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 잘 해 내리라고 믿어요.”

조씨는 지난해 J리그서 40도의 고열로 신음하던 남편이 “최선을 다해야 동포들이 욕을 먹지 않는다”며 출장을 강행한 뒤 병원에 실려간 일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김씨는 “98년 생일선물로 골키퍼인 남편에게 불가능한 일이지만 한 골만 넣어달라고 했는데 진짜 헤딩결승골을 넣었다”며 “위기가 닥치면 더욱 강해지는 스타일이어서 믿음직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은 남편이 불가능(16강)한 일도 가능하게 바꿀 것이라고 확신한다.

믿는 구석이 있는 표정이라고 슬며시 말문을 유도했다. 그랬더니 축구선수 부인이 아니랄까 봐 “개최국이 16강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잖아요?”라며 활짝 웃는다.

포항=글 이범구기자

gog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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