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후보는 경선출마를 선언하며 “이회창 전 총재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한 달 전만 해도 대선 승리의 유일한 방안으로 ‘이회창 대세론’을 주장했던 그의 ‘이회창 필패론’이다.
빌라파문과 노풍으로 이 전 총재가 수세에 몰린 틈에 돌연 경쟁자로 돌아선 그의 변신은 논란을 부르긴 했지만 느슨하던 당내 경선에 돌연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노풍을 벤치마킹한 ‘최풍’으로 이변을 만들어 보겠다는 그로서는 일단 관심 끌기라는 첫 관문은 통과한 셈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최 후보는 자신을 축으로 한 보수대연합을 내세웠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물론 탈당한 박근혜 의원까지 한 묶음으로 엮어 노풍을 꺾겠다는 설명이다.
“보수대연합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당내경선을 의식한 것이지만 “내가 진짜 보수”라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는 5공 시절인 1985년 조선일보 편집국장에서 집권 민정당의 12대 전국구 의원으로 변신한 후 4선 의원이 되기까지 일관되게 보수 노선을 걸어 왔다.
타고난 성향도 그렇지만 5공에서 YS 정부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정무수석, 공보처ㆍ노동부 장관 등을 거치며 업무 능력을 높이 인정받았다.
신문사 시절에 붙은 ‘최틀러’란 별명도 이때 더욱 실감됐다.
그는 보수 성향과 강한 추진력을 정치적 무기로 삼아 왔다.
이 둘을 잘 조합하면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보수 계층과 영남권의 지지로 이 전 총재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경선 계산법이다. “나만이 국민의 70%에 이르는 보수를 통합해 대선에서 필승할 수 있다”는 말도 그런 자신감을 깔고 있다.
보수 성향은 그의 중요한 자산이지만 한계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다양한 경력에 대해서도 “권력의 양지만 좇았다”는 정반대의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당내 경선을 의식, 선명한 보수색만을 강조함으로써 스스로 정치 영역을 제한하고 있다.
진보세력은 물론 다수를 차지하는 중간층과도 거리를 둠으로써 21세기 대통령에 걸맞은 포용력은 물론 타협과 절충의 여지마저 봉쇄한 측면이 있다.
그는 “내가 지향하는 보수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수구가 아니라 개혁적 보수”라고 말하지만 중도 보수를 표방한 이 전 총재조차 “좌우의 한 가운데서 이쪽 저쪽으로 기운다”고 비난한다.
당내의 현실적인 벽도 여전히 높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려면 경선 초반에 돌풍을 일으켜야 하지만 선거인단의 성향상 바람몰이가 쉽지 않다.
낮은 대중적 인지도도 그렇지만 당내에서 4년간 계속된 이회창 대세론이 여전하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교수등 30여명이 자문 '실무형 캠프'
경선 캠프는 철저히 실무 중심이다. 현역으로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대구 출신 김만제 의원과 선대본부장을 맡은 울산 출신 최병국 의원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실무진으로 우성호 당 중앙위원(언론특보), 최구식(공보특보)ㆍ심양섭(정책특보) 전 조선일보 기자, 박홍식 보좌관(총무팀장) 등 10여명이 최 후보가 매일 여는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 한이헌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30여명의 장차관 출신, 대학교수 등이 부문별로 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