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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극단 비파 '무슨 약을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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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극단 비파 '무슨 약을 드릴까요'

입력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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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웃으면서 보는 코미디인가 싶더니, 결말이 영 딴판이다. 갑작스런 반전에 상황이 확 뒤집어지면서 끔찍하게 비틀려 버린다.극단 비파가 공연 중인 김정훈 작, 성준현 연출의 ‘무슨 약을 드릴까요’는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극단측은 이 작품을 ‘소외된 현대인들에게 권하는 시원한 웃음 처방’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코미디는 아니다. 끝까지 보고나서 웃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무대인 동네 약국은 적당히 누추하고 우중충한 사회 풍경의 축소판이다.

이러저러한 손님이 찾아온다. 주식투자에 미친 남편에게 얻어맞고 살면서 낯선 남자와 채팅하는 재미에 빠진 주부, 스트레스를 풀려고 폭식을 일삼는 여인, 컴퓨터게임 중독증에 잠을 못 자 수면제를 찾는 꼬마, 아무 여자나 건드리는 것을 자랑 삼는 청년, 부잣집 아들과 결혼해서 편히 살 궁리만 하는 직장 여성, 술 취해서 행패 부리는 남자….

어처구니 없고 후줄근한 그들의 행태는 쓴 웃음을 짓게 한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은 그들에게 약을 파는 약사와, 전화 한 통 걸려고 약국에 들어왔다 약사와 대화를 주고 받는 청년 뿐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두 사람조차 어두운 과거 때문에 절망적으로 뒤틀린 내면을 지니고 있음이 끝에 가서 드러난다.

작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결국 “모두 병들었다, 처방은 없다”고 선언하려는 걸까.

이 작품의 중심인물인 약사 역 이현순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배역을 소화하고 있다.

21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 평일 오후 7시 30분, 토ㆍ일ㆍ공휴일 오후 4시, 7시. (02)322-3102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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