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법원장의 자의적 평가를 기초로 한 현행 법관 인사제도는 사법부 독립과 민주화를 가로막는 위헌적 제도”라며 첫 헌법소원을 내 파문이 일고 있다.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인사문제가 만악(萬惡)의 근원인 양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법관 인사를 둘러싼 사법부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지법 문흥수(文興洙) 부장판사는 7일 판사들의 고등부장 승진과 근무평가, 판사 재임명제도 및 현행 법관보수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대법원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문 부장판사는 청구서에서 “승진 자료가 되는 판사 평가가 평가자인 법원장에 의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법원장 성향에 따라 소속 법관들의 재판이 영향을 받을 위험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문 판사는 이어 “지연, 학연에 따라 움직이는 우리 사회에서는 평가 또한 이에 따라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사람을 대법원장에 임명하면 그는 또 특정성향, 특정지역 출신 판사에게 중요 재판부를 맡기는 등 방법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판사는 또 “고분고분한 판사들이 고위직에 올라 강자에게 치중하고, 소신있는 판사들이 법원에서 배제되면 약자인 국민에게 폐해가 돌아간다”며 “이를 막기 위해 판사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판사는 이와 함께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한 특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승진 내지 다음 보직에 신경을 쓰지 않는 지위에 기인한 것”이라며 “특별검사보다 더 독립성 확보의 필요성이 큰 것이 법관”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대법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법부 인사에서 인사청탁이 문제가 됐던 적은 거의 없다”며 “사법부 독립성을 강조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 같은 문제제기 방식이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사시 11회로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마친 문 부장판사는 19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 당시 사법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쓰는 등 수 차례 비슷한 취지의 제안을 해 왔고 지난해 판사 33명과 함께 사법시스템 개혁을 위한 법관공동회의를 발족하기도 했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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