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는 왜 수절했나. 사랑 때문에? 연출가 오태석은 달리 생각한다.“물론 춘향에게는 오매불망 잊지 못할 사랑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모진 세월을 견디게 한 힘은 (양가집 규수의 전유물인) 정절을 지킴으로써 기생 신분을 벗어나겠다는 의지, 다시 말해 춘향의 자아 찾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하는 오태석 작ㆍ연출의 ‘기생 비생 춘향전’은 이도령과 방자가 없다.
국립극단이 9~2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이도령이 한양으로 떠나는 날부터 돌아오기 바로 전날까지, 그러니까 혼자 남은 춘향의 투쟁을 그린다.
여기서 사랑은 오히려 뒷전이다.
그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딸의 고집을 꺾고 사또의 수청을 들게 해서 팔자 고칠 것을 꿈꾸는 월매와, 기생 딸이 무슨 수절이냐고 비웃는 주변 사람들에 맞서 춘향이가 비몽사몽 간에 겪는 에피소드를 한복판에 놓는다.
결말은 열려 있다. 이도령이 돌아왔는지, 춘향이가 어찌 됐는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출연 남유선 이은희 권복순 이문수 등. 평일 오후 7시 30분, 토ㆍ일 오후 4시. (02)2274-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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