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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분양가 거품 따져는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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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분양가 거품 따져는 봐야

입력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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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 인상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되던 4일 주택건설업계의 양대 축인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 회원사들이 잇단 회동을 가졌다.업계가 어떤 자율결정을 이끌어낼지 이목이 집중됐지만 결과는 주변시세 이하로 분양가를 책정하고 고급 마감재 사용을 지양하는 등 ‘과도한 분양가 인상을 자제한다’는 선언적 의미의 결의문이 전부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문제를 업계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논쟁의 핵심인 분양가 내역부터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땅값이 비싸다는 이유만 내세우지 말고 국민주택 규모인 25평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를 1,300만원으로 산정한 근거를 공개하라”며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도 회의장 밖에서 한국청년연합회 회원들이 아파트 분양가 내역공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멋대로 높여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데는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적인 분양가 규제의 부작용을 내세우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분양승인 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건설교통부는 처음에는 반대의사를 보이다가 비난여론이 일자 분양가 내역을 국세청에 통보하는 간접규제안을 마지못해 내놓았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면 그 실태부터 파악하는 게 순서다.

분양가 자율규제가 타율규제보다 낫다 하더라도 현재의 분양가가 과연 과도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까지 미룰 이유는 없다.

수요초과의 우월한 시장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게임을 하고 있는 업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도 좋다.

아니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건설업체의 가격결정 관행에 쐐기를 박을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투명한 가격결정 시스템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곤 경제부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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