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중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임 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귀국 보따리에는 뜻밖에 많은 선물이 들어있어, 모처럼 내린 단비와 함께 국민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었다.6일 남북에서 동시에 발표된 공동선언문 내용은 부시 미국대통령 취임 이후 악화된 북미관계의 영향으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역사적인 6ㆍ15 남북 정상 공동선언 직후의 해빙기로 돌아갈 듯한 희망을 안겨준다.
“일시 동결되었던 남북관계를 원상회복하기로 합의했다”는 공동보도문의 표현이 더욱 기대에 부풀게 한다.
경제협력 사업 재추진,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연결 사업,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사업, 북한 경제시찰단의 남측방문, 금강산 관광사업 활성화 회담, 군사 당국자 회담 등 시기까지 정한 구체적 합의가 그런 기대를 안겨준다.
무엇보다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긴장상태가 조성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는 선언문 제1항에 우리는 주목하고 싶다.
서로 상대가 의심하고 경계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평화관계를 맺자는 이 약속에 7,000만 민족의 염원과 세계의 관심이 담겼다 해도 좋을 것이다.
‘민족 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에 대해 폭 넓게 협의했다는 내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 무기에 관한 미국의 압력을 에둘러 말한 표현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자세가 매우 유연해지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선언문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잭 프리드 미국 대북교섭 담당대사의 방북을 수용하라는 우리의 권고를 북한이 받아들였다는 사실도 중요한 시사라고 본다.
어렵게 싹 틔운 평화의 꽃나무가 활짝 꽃피게 하려면 물과 퇴비를 잘 주는 것도 좋지만, 거센 바람을 막아주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 외교에 꽃나무의 운명이 걸려 있음은 외교 안보 당국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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