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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패트롤] 기로에 선 울산 화섬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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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패트롤] 기로에 선 울산 화섬업계

입력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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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헤매고 있는 울산의 화섬업계는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다시 일어서느냐 혹은 아주 주저앉느냐의 갈림길 위에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올해도 매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울산 화섬업계를 조명해 보았다. /편집자주≫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80여일간의 파업사태로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은 태광산업㈜은 최근 HR(Human Resource)팀이란 생소한 이름의 인력자원관리팀을 만들었다.

다른 회사의 모범사례를 연구하거나 회사 내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등 새로운 인재육성시스템을 만들어내는 팀이다.

40여년간 국내 섬유산업을 주도하며 동종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이 회사가 새삼스럽게 다른 회사의 인력관리 방법을 벤치마킹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매우 희화적이다.

이것이 최근의 울산지역 화섬업계의 현주소이다.

공급과잉에 따른 채산성악화로 큰 시련을 겪고 있는 태광, 효성, 고합 등 울산 화섬업계는 올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좌절이냐 도약이냐의 시험대이다.

전국 화섬업계의 40%를 차지하는 울산 화섬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주요 화섬사들의 1/4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더 악화돼 있고 내수 및 수출단가도 지난해에 비해 대폭 하락했다.

주력 품목인 폴리에스테르의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등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태광의 경우 지난해 파업으로 이탈한 거래선이 회복되지 않았고 공장가동률도 60% 수준에 그쳐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만성적 공급과잉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기술개발을 통한 ‘질적 승부’를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파업사태에 따른 후유증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태광 80여명, 효성 30여명, 고합 10여명 등 지난해에만 모두 120여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구속자도 최근 10년 사이 최대인 53명에 이른다. 이들은 ‘복직투쟁위’를 구성, 공장주변은 물론 대시민 선전전을 지속적으로 펼쳐 회사측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비관적인 상황이 근로자들의 위기의식을 자극, 새로운 양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지난해 507명을 감원한데 이어 최근 325명을 추가 감원한 태광, 대한화섬 노사는 최근 임ㆍ단협 협상을 무분규로 타결했다.

임금동결, 정년 1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임ㆍ단협 협상이었다. 또 이들은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 최근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했다.

효성노조도 그 뒤를 따르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태광은 노조측의 이 같은 행동에 화답하듯 지난달 13일 노사 대화합 조치로 징계기록 말소, 가압류 해지 등 징계사원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

노사 대표를 비롯해 직원 210여명이 참석, ‘새 출발, 새 다짐, 하나되어 한길로’라는 주제의 이날 결의대회는 그 동안의 앙금을 털어내는 자리였다.

또한 업계의 합리적인 경영과 인력관리를 위한 노력도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다.

울산의 화섬업계는 비관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노사간의 신뢰와 화합을 바탕으로 한 재기를 시도하고 있고, 그 같은 양상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산성 악화에 따른 이완된 공장 분위기를 바로잡고, 경영을 혁신해야 하는 화섬업계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공급과잉이 위기 원인

전문가들은 화섬업계 위기의 원인이 구조적인 ‘공급과잉’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지난해부터 공급을 적정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산 라인을 줄이고 그와 상응해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공급과잉의 역사는 9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종인 폴리에스터의 평균수익율은 15%이상으로 투자 이점이 상당했다.

화섬기술이 보편화되고 톤당 건설단가가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자금만 있으면 신규진입도 가능하게 돼 업계가 무더기로 공장건설에 나섰다.

직물업체는 숙원인 원사사업에 진출하고, 화섬업체는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생산규모를 경쟁적으로 확대했다. 상당수 업체가 은행 빛으로 규모를 늘렸다.

특히 90년대 중반부터 중국 및 아시아권 국가들도 등도 화섬 공장을 크게 증설,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반면 서양의 화섬업계는 이 같은 아시아권의 경쟁 양상을 보고 화섬산업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화섬업계의 과잉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90년대 중반부터이다. 96년 화섬수요는 203만톤인데 비해 공급은 244만톤을 기록했다.

2000년에도 수요는 264만여톤인데 비해 공급은 297만여톤이 이루어져 만성적인 생산과잉 현상을 보였다.

현재 화섬제품의 국제가격은 95년에 50%로 폭락했다. 구조조정으로 채산성을 향상시키지 못하면 모두 공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장병익 울산대교수 해법

“화섬업계의 구조조정은 공멸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장병익(張炳翼)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적 공급과잉, 이에 따른 가격하락, 그리고 상대적 고임금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등이 겹쳐 오늘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그 동안 업계가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위기극복의 방향은 단순 명료하다.

생산을 줄이는 대신 고품질 고부가가치 경쟁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

“최근 일부 화섬업체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운동은 늦으나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하는 그는 “회사의 근본이 결국 사람인 만큼 미래산업 형태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장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시스템과 설비자동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이 갖춰진다면 화섬산업은 결코 사양산업이 될 수 없다”는 그는 “하지만 일부 한계제품에 대한 정리는 불가피한 상황이며 특히 중국의 자급률이 이미 80%에 이른 점은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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