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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EU "지구상공을 장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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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EU "지구상공을 장악하라"

입력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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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프간전쟁에서 사용한 미사일의 목표 적중률은 95%를 넘었다.목표물의 1㎙ 이내로 미사일을 유도하는 기술은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시스템(GPSㆍGlobal Positioning System) 때문에 가능했다.

최신 자동차에 장착된 자동항법시스템 역시 GPS 기술을 이용한다. 그리고 지각구조 변화, 지진 분석 등 과학분야 연구에서도 GPS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미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던 GPS에 최근 유럽연합이 도전장을 던졌다. 유럽연합은 지난달 말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약 36억 유로(한화 4조 7,000억 원)를 들여 독자적으로 위성을 발사한 뒤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히 추적하는 독자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갈릴레오의 개발이 자국의 군사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 GPS를 둘러싼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24개의 위성이 추적

GPS는 미 해군이 1950년대부터 준비, 1961년 인공위성을 발사함으로써 시작됐다. 초기에는 국방 목적으로 기술이 개발돼 1978년부터 27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GPS를 구축했다.

지구 상공 2만 200㎞ 궤도를 6개로 나눠, 4개씩의 위성이 하루에 두 바퀴씩 공전하고 있다. 3개의 인공위성은 예비용으로 발사됐다.

지구 적도면에 55도 기울어져 이동하기 때문에 수신기만 있다면 위치 측정이 가능하다.

구소련이 GPS에 맞서 ‘글로나스’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인공위성 이용 위치추적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지만 자금 사정으로 7개의 위성을 올린 후 현재 중단된 상태다.

한국천문연구원 GPS연구실 박종욱 박사는 “유럽연합이 갈릴레오 계획을 마무리, 2008년부터 운영에 들어가면서 미국과 경쟁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GPS의 작동 원리

GPS와 갈릴레오, 글로나스는 모두 전지구 위성항법시스템(GNSSㆍ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에 속한다.

위성을 통해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GPS라는 말이 이를 대체하며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GPS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바로 삼각측량의 원리다.

전형적인 삼각측량에서는 알고 싶은 지점의 위치를, ▦ 그 점을 제외한 두 지점을 잇는 변과 ▦ 두 지점과 알고 싶은 각 지점 사이의 각의 크기를 통해 알아낸다.

그러나 GPS에서는 알고 싶은 지점을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변의 길이만으로 삼각형내의 점의 위치를 결정한다.

인공위성에서 수신기까지의 거리(두 변의 길이)는 위성에 탑재된 원자시계의 정확도를 기반으로 한다. 원자시계는 6,000년에 1초 정도의 오차가 나는 정확도를 갖췄다.

각 위성에서 발사하는 신호의 발생 시점과 수신 시점의 시간의 차이를 측정한 뒤 여기에 빛의 속도를 곱해 계산하면 GPS수신기와 인공위성 사이의 거리를 알 수 있다.

모두 4개의 위성을 이용해 GPS 수신기를 들고 있는 지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다.

▼총성없는 전쟁의 시작

GPS는 두 종류의 신호를 보낸다. 하나는 암호화한 군사용 코드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용으로 사용된다.

두 신호는 정밀도에서 차이가 있다. 군사용은 1㎙단위로 실시각으로 전송되지만, 민간용 신호는 오차 범위가 약 20㎙에 달한다.

민간용은 1984년부터 이용할 수 있게 됐다.

1983년 KAL기가 구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뒤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이 관성항법장치를 대체하는 위성추적시스템을 민간에게도 개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의도적 정밀도 저하조치(SAㆍSelective Availability)를 걸어 일부러 정밀도를 떨어뜨렸다. 민간업체의 항의가 거세지자 2000년 5월 해제를 했지만, 불만은 이어졌다.

결국 유럽연합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위성 이용 위치추적을 시작해 안보와 경제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한 것.

박종욱 박사는 “GPS가 군사무기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있지만 레저와 경제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GPS 서비스를 미국의 정책에 따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인공위성과 지상을 연결하는 소리없는 전쟁이 발발한 셈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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