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그리고 밤 10시. 클래식 콘서트 시각으로는 낯설다. 저녁 7시 30분 공연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직장인들이 평일 음악회를 보려면 퇴근 후 허겁지겁 달려가야 하고,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 주부들은 아예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가 클래식 콘서트의 공식을 깨는 무대를 마련했다.
지휘자 금난새의 오전 11시 ‘굿모닝 클래식’,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밤 10시 연주회를 호암아트홀에서 연다.
11일 시작하는 ‘굿모닝 클래식’은 매달 둘째 넷째 목요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주부들을 위한 음악회다.
주부들이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편 출근 시키고 설거지 마친 뒤 한 숨 돌릴 시간이다. 이달부터 7월까지 총 6회가 준비돼있다.
손님들에게 먼저 모닝 커피를 한 잔씩 대접한다.
소파와 전등, 탁자를 놓아 거실처럼 편안하게 꾸민 무대에서 유라시안필 단원으로 이뤄진 현악 앙상블과 현악사중주단이 실내악을 연주하고 금난새씨가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다.
11일 첫 공연의 연주곡은 하이든 현악사중주 ‘종달새’와 로시니의 ‘현을 위한 소나타 1번’이다.
총 6회 공연 중 4회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입장할 수 있는 자유석(40매 한정, 3인 동반 15만원, 2인 동반 10만원), 음악회가 끝난 뒤 인근 호텔에서 금난새씨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별 티켓(15매 한정, 5만원)도 판다. 1회 입장권 1만, 2만원.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녹턴 이야기’는 5월 3일 밤 10시에 열린다.
‘녹턴’은 ‘밤의 음악’을 가리키는 말. 쇼팽과 존 필드의 녹턴을 비롯해 베토벤의 ‘월광’ 등 밤의 휴식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낭만적인 음악들을 연주한다.
KBS ‘클래식 오딧세이’의 아나운서 정세진이 진행을 맡아 대화를 나눈다.
좀 더 편안하고 느긋하게 즐기는 음악회가 되도록 시작 전 로비에서 관객들에게 와인을 한 잔씩 돌리고 여성 관객에게는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한다. 입장권 2만, 3만원.
국내에 전에 없던 이같은 시도는 관객 개발을 위한 일종의 틈새 시장 공략이라고 볼 수 있지만, 외국서는 그리 드물지 않다.
런던의 유명한 실내악 연주장 위그모어 홀은 일요일 아침 11시 커피 콘서트를 열고, 파리의 주요 공연장들은 평일 오전에 실내악이나 신인 무대를 마련하며, 일본 산토리 홀은 직장 여성들을 위한 정오 콘서트를 연다.
9월에 시작하는 독일 뮌헨 필의 2002/2003년 시즌은 베토벤과 쇤베르크 실내악 시리즈를 오전 11시에,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 음악회를 오후 3시에 배치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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