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에게는 꿈이 있다.세상의 모든 이치를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철학자가 하나의 진리를 쫓는 것과도 비슷하다.
과학자들은 궁극의 진리를 알게 됨으로써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A는 B이다’와 같은 간단한 공식과 원리로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대통일장(grand unified theories) 이론은 우주의 첫 탄생(빅뱅) 직후 10~35초까지의 찰나의 순간에는, 우주에 존재하는 4개의 힘 중 전자기력과 강한 상호작용(강력), 약한 상호작용(약력)이 통일되어 있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중력까지 통일시키면 바로 만물의 법칙(theory of everything)이 완성되며 우주의 신비를 벗겨내는 데 한 발 다가서는 일이 된다.
예를 든다면 네 명의 비슷한 사람들이 어떤 조상으로부터 나왔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물리학자로서의 꿈’이 있다. 바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등 4가지의 힘을 통일하는 일이다.
이 때 힘을 통일한다는 말은 서로 달라 보이는 각각의 힘들이 근원적으로는 같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하나의 원리, 하나의 법칙으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모든 물리학자들이 이 꿈을 쫓는 데에는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힘의 통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17세기 뉴튼으로부터 시작됐다.
▼만물유일법칙 완성하고픈 욕망
우리가 가장 잘 아는 힘이 바로 중력이다. 중력은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게 하는 힘과 지구가 태양둘레를 돌게 하는 힘이 사실은 같다는 것을 뉴튼이 증명한 것이다. 그런데 이 두 힘이 어떻게 같은 것인가.
지구와 같은 큰 덩어리를 집 정도의 크기로 줄여놓고 보면 사과와 지구 사이의 힘이나 지구와 태양사이의 힘의 유사성을 알 수 있다.(이 유사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하여 뉴튼은 미적분학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왜 사과는 떨어지고 지구는 떨어지지 않는 것인가.
지구는 처음 만들어질 때 정지해있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데, 사실은 태양 쪽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과와 지구에 작용하는 다르게 보이는 중력이 통일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힘의 통일이다.
두 번째 힘의 통일은 전자기력이다. 19세기 말 이전에는 전기현상과 자기현상을 다른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전기가 흐르면 자장이 생기고, 자석을 움직이면 전류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은 같은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은 수학방정식으로 이를 통합, 정리했다. 이것이 바로 전자기력의 탄생이다.
중력과 전자기력 말고도 원자핵 단위의 아주 작은 거리에서만 작용하는 힘들이 있다.
방사성 물질에서 원자핵의 붕괴가 일어나게 하는 약력과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끌어당기는 힘, 바로 강력이다.
▼아인슈타인 통일노력 결국 실패
전자기력과 약력의 통일에 대한 이론적 제안은 1960년대 후반 와인버그, 글라쇼우, 살람 등이 주장한 표준이론에서 이뤄졌다.
표준이론은 전자기력과 약력의 통일된 힘인 전자기약력과 강력 두 가지의 힘을 기초로 성립됐다.
이중 전자기력과 약력의 통일은 1984년 스위스 제네바 입자가속기 실험을 통해 높은 에너지에서 두 개의 힘이 근원적으로 같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리고 강력은 11년 전 내가 초대칭 이론을 통일과정에 도입함으로써 나머지 두 가지의 힘과 통일이 된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대통일장 이론이 확립되는 과정에서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그가 반평생동안 도전했던 일이 바로 중력과 전자기력의 통일이었다.
1915년에 중력을 시공간과 연결해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뒤 일생을 두 힘의 통일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전자기력과 중력은 모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통일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노력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일으키는 소립자, 즉 광자와 중력자가 소립자 성질의 일종인 스핀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 그 이후 초끈 이론 등의 등장과 함께 밝혀졌다.
▼"초대칭개념 도입 공헌" 자부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읽으면서 과학도의 꿈을 키웠던 내가 그처럼 힘의 통일을 시도하는 학자가 되어, 대통일장 이론을 위해서는 초대칭 개념의 도입이 필수조건이었다는 사실을 제시함으로써 조그마한 공헌을 했다는 것이 감회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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