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모리배’ ‘싸이코 같은 ××…’ ‘숨겨진 남편이 20명…’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이버 공간이 또다시 무차별적인 흑색선전과 악성루머가 판치는 무법천지로 변질되고 있다.
5~6년전부터 문제되기 시작한 인터넷상의 저질 비방전은 갈수록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어 자칫 선거문화 전체를 오염시키고 정치적 무관심을 확산시키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마저 우려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불법선거전은 파급효과가 워낙 큰데다, 익명성에 가려져 무책임한 주장이나 근거없는 사실들이 전혀 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 이 때문에 2000년부터는 선거법 규제조항에도 포함됐으나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효율적인 단속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막가는 사이버 비방전
최근들어 정당, 언론사, 정치관련 사이트 등마다 상대 후보에 대한 음해성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경쟁 후보를 ‘늑대 같은…’ ‘바퀴벌레’ 등으로 비난하는 글은 그래도 나은 편.
이모(21)씨는 모 대선 후보를 겨냥, “정신병자 ×××는 제발 공동묘지로 가서 무덤파고 자살하라”는 등의 글을 상습적으로 인터넷에 올리다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 이씨는 모 여성 정치인에 대해 ‘숨겨진 남편이 20명’이라고 비방하는 등 음해성 글을 230여 차례나 띄우기도 했다.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치러진 인천의 한 시민단체 홈페이지에는 ‘××× 후보는 지나치게 친북적이고 급진 개혁적이어서 (그가 당선되면) 인공기가 휘날려도 손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등의 악의적인 글이 잇따라 올려졌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모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최근 ‘군수 양반의 치매 일지’라는 제목으로 ‘××× 군수는 당선되면 모 단체에 1,000만원을 지급키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올랐고, 전남 한 도시의 선관위 게시판에는 ‘시장에 입후보한 ×××는 중학교 때 불량조직에 가입했고 고교에도 불법 편입학 했다’는 글이 올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뾰족한 대책없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들어 적발한 사이버 상의 선거법 위반 행위는 총 493건(구속 3명). 유형별로는 비방ㆍ흑색선전이 228건으로 압도적이며, 이어 허위 학력 게재 156건, 사전선거운동 100건 등이다. 그러나 이는 위법성 사이버 비방전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선관위는 ‘인터넷동아리 사이버검색반’을 모집해 위법행위를 신고ㆍ제보하면 사례금과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검찰도 ‘사이버 선거 범죄 전담반’을 가동 중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아무리 인원을 늘려도 망망대해 같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위반행위를 일일이 찾아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네티즌들의 건전한 의식을 기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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