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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칼럼] 北 태도변화 어떻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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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칼럼] 北 태도변화 어떻게 볼까

입력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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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관계가 정체를 벗어나 다시 활성화할 것 같다. 이산가족의 상봉이 재개되고 경제협력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1년 이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이처럼 다시 풀려나갈 수 있다면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미국과도 대화를 갖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엊그제까지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므로 남한과의 관계를 부활시키지 못하겠다던 북한이 무슨 연고로 태도를 바꾸었을까?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서방 언론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북 강경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자세에 표면적으로는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실제로는 미국의 군사력을 상당히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적대국에 대해 신종의핵무기도 쓸 수 있다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아프간 군사작전을 지켜본 북한이 언제까지나 미국의 적대국으로 남아 있는 것은 위험하고 불리한 일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둘째, 부시는 지난 2월 방한에서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응하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 공격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고, 북한과의 대화를 진정으로 원하며, 북한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점을 명백해 했다.

이는 그때까지 “대화를 하겠다면 하자”는 식의 강압적인 태도와는 다른, 다소 유화적인 태도 표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은 식량, 비료, 금강산 관광 등에서 대북 지원에 적극성을 보이는 데 감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이제부터 북한의 식량사정은 절박해지기 시작한다.

작년의 작황이 조금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금년의 식량 부족량이 100만~15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식량계획(WFP)등 국제기관들이 아프간 등 다른 나라 구호에 몰두, 북한에 돌아갈 식량이 충분치 못할 것이므로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개선으로 식량 지원을 얻어내야 할 형편이다.

넷째, 북한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재임시의 실책을 반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후 북한은 대미관계 개선에 집중했다.

그러나 조명록(趙明錄) 인민군총정치국장을 미국에 보내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을 때는 너무 늦었다.

클린턴의 방북 여건을 만들었을 때 그의 임기는 이미 다 끝나 가고 있었다. 북한도 클린턴도 방북의 시기를 놓진 것이다.

북한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를 10개월 앞두고 남북관계는 물론 대미관계 개선의 기회를 너무 미루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특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릴 때 여러 가지 이유를 다 고려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위에 든 것들은 모두 보조적인 여건이고 무엇인가 결정적인 이유 하나로 방향전환을 했을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1년 이상을 심사숙고한 결과, 이제는 경제발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위해 대미관계개선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여겼을 수 있다.

설혹 북한이 남한을 대미관계 개선을 위한 한 방편으로 간주하더라도 이를 도와주는 것은 우리의 이해관계와 어긋나는 일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겐 북한이 미국 등 바깥 세계와 되도록 많은 관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한·미·일 등과 더 폭 넓은 관계를 가지면서 외부에 대한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햇볕정책은 여러 가지 논란을 낳았으나 북한에게 외부, 특히 남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시킴으로써 북한의 개방과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들과 함께 지금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 고려대 정외과 교수ㆍ前 외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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