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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 제철 음식이 건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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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 제철 음식이 건강식

입력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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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온몸이 노곤하고 기운이 없다고 호소하는 직장인이 많다.자꾸 하품이 나고 머리가 어지럽고 목덜미까지 무거울 뿐만 아니라 소화까지 잘 안 된다. 춘곤증을 이기기 위한 제철 건강식을 알아본다.

■차를 많이 먹자

춘곤증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茶)를 가까이 하는 것이다.

지리산 화개동에서 나는 죽로차나 무등산의 춘설차, 백양산의 작설차 등을 마련해 목마를 때마다 마시면 춘곤증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체질의학센터 이의주 교수는 “녹차는 카페인, 탄닌과 함께 비타민 CㆍB, 나이아신 등 미네럴이 풍부해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과 지구력을 늘려주며 신진대사를 촉진해 피로 회복에도 좋다”고 말했다.

녹차는 항암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막아주기도 한다.

■봄나물은 최고의 정력제

우리 땅에서 자란 봄나물이야말로 춘곤증을 이기는 데 필요한 기운을 제공해 주는 ‘보약’이다.

쑥, 질경이, 부추, 냉이, 달래, 씀바귀 등의 나물은 신선한 맛을 잃었던 미각을 되살릴 뿐만 아니라 영양소가 풍부해 나른한 봄의 피로를 이기는데 그만이다.

자생한방병원 이성환 진료부장은 “봄나물은 소화를 도와 장과 위를 다스리며 술 마신 뒤 숙취를 없애고 간을 해독해 피와 정신을 맑게 해준다”고 말했다.

부추는 특히 오장과 허리 무릎 등을 따뜻하게 해주며 기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크다.

미나리는 혈액의 산성화를 중화시켜 갈증을 없애므로 숙취제거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이는 눈을 밝게 하며 강력한 지혈효과가 있어 보혈제로 좋으며, 씀바귀는 미열로 일어나는 한기를 없애준다. 특히 이런 봄나물은 남성의 정력을 강화시키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김, 미역, 톳나물, 파래 등 해산물도 피로회복과 면역력 증강에 크게 도움이 된다.

이 가운데 김에는 비타민이 아주 풍부해 보통 김 1장에 달걀 2개에 해당하는 비타민A가 함유돼 있고, 비타민 B1, B2, C, D 등도 골고루 들어 있다.

이밖에 김은 칼륨, 철, 인 등 무기질까지 넉넉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칼륨은 이뇨작용을 도와 몸의 부기를 빼주며, 피로를 푸는 당질이 체내에 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포함돼 있어 몸이 산뜻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체질 약선 요리’저자인 김수범 우리한의원 원장은 “봄에 나는 파릇한 채소들은 무엇이든지 우리 몸에 좋지만 요즘처럼 황사가 심해 건조하고 먼지를 많이 마시게 될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자신의 체질의 맞는 음식을 찾아서 먹는 것도 나른한 봄철을 이기는 좋은 방법이다.

체격이 작고 약해 보이고 이목구비가 크지 않은 소음인은 소화기가 약하고 몸이 차기 때문에 성질이 찬고 서늘한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소화가 잘 되는 것과 따뜻한 기운을 가진 소양인에게 좋은 음식은 냉이 미나리 시금치 부추 달래 쑥갓 등이다.

자생한방병원 이성환 진료부장은 “부추는 허한 상태를 보충해 주고 뭉친 피를 풀어주는 해독작용이 뛰어나 몸이 차고 소화기계통이 약한 소음인에게 더없이 좋은 봄철 채소”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나리는 소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소음인에게 적격이며 냉이는 눈을 밝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달래는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 밥맛을 돋워주며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냉증에도 좋다.

한국인의 30%정도를 차지하는 소양인은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기 때문에 열기를 식혀주는 녹차를 자주 마시는 게 무엇보다 좋다.

소양인에게 좋은 채소로는 죽순 상추 미나리 씀바귀나물 등이다.

이성환 진료부장은 “죽순은 성질이 차 몸에 열이 많아 어지러움증이 심한 사람에게 효과 있고, 상추는 비타민A,E를 많이 함유해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말했다.

씀바귀나물은 피부의 염증이나 종기를 없애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 가운데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태음인은 땀을 많이 흘리고 폐가 약한 편이어서 요즘같은 봄철에는 매실을 많이 먹으면 좋다.

안병철한의원 안병철 원장은 “매실에는 구연산과 사과산, 호박산 등이 풍부하며, 오래된 기침과 목이 붓고 아픈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취나물은 감기와 천식 만성기관지염 증세를 호전시키는 기능이 있어 태음인에게 좋다.

태양인은 한국인 가운데 1만 명당 3~5명 정도로 아주 희귀한데 시원하고 담백한 음식에 몸에 맞기 때문에 굴이나 새우, 게 등 해산물과 상추 우엉 배추 등을 먹는 게 좋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의주 교수는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은 좋은 보약을 먹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제철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으면 따로 보약을 먹지 않아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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