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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 발견ㆍ배양 20년…적인가 친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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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 발견ㆍ배양 20년…적인가 친구인가

입력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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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은 인간의 친구인가 적인가?1983년 호주 의사인 워렌과 마샬이 위염 환자의 위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이하 헬리코박터균)라는 꼬리를 가진 나선형 세균을 발견하고 이를 분리해 배양한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

이 세균은 1,700년 전 남미의 미라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아주 오래 전부터 인체에 기생해왔다.

현재 전세계 인구의 50%, 우리 나라 국민의 70%가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과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 균으로, 최근 TV 광고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병원 소화기센터 민영일 소장은 “십이지장궤양은 거의 100%, 위궤양은 80% 정도가 이 균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이 균을 직접적으로 암을 유발하는 제1의 발암물질로 규정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헬리코박터균이 위염을 일으키고 이 중 일부가 궤양이 되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암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아직 규명된 바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균이 궤양이나 암을 일으킨다는 주장과,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며 무조건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했다가는 오히려 식도암이나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등 유해성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최근 헬리코박터균의 기생 여부와 위암ㆍ식도암의 상관관계를 언급하면서 “헬리코박터균이 다른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미국 뉴욕대 감염질환전문의 마틴 블래서 박사의 “헬리코박터균에 의해 위궤양이 발생한 환자를 치료한 뒤 위산이 증가하며 식도로 위산이 역류하는 역류성 식도염과 식도암 발생률이 높아졌다”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블래서 박사는 “헬리코박터균이 그 동안 일반인에게 알려졌던 것처럼 인체에 유해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실제 미국에서 이 균의 감염자가 줄어들면서 역류성 식도염과 식도암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많은 의학자들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보훈병원 데이비드 그레이엄 박사는 “헬리코박터균이 사라지면 식도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며 이 균의 유해성을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송인성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이 인체에 어느 정도 해를 끼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십이지장궤양 환자, 위궤양 환자, 말트림프종(림프종의 일종) 환자, 조기 위암을 수술한 환자라면 반드시 치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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