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65) 이탈리아 총리가 3달째 겸임 중인 외무부 장관 직을 내놓으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그가 외무부 장관 직을 겸임하게 된 것은 지난 1월 5일 친유럽연합(EU) 노선을 걸어왔던 레나토 루지에로 전 장관이 유럽 정책 문제로 그와 공개석상에서 충돌하면서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장관직을 본인이 맡겠다고 나서면서 “이 참에 외교관들이 파티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이탈리아의 수출을 촉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외무부를 개혁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3달이 지난 현재 이탈리아 외교는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비난이 무성하다. 프랑스,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대사 임명이 늦어지고 주미 대사는 임기 연장 여부를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달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각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유엔 개발자원회의 참석을 갑자기 취소, 카를로 참피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대타를 세워라”라는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분쟁으로 어느 때보다 외교 역량 결집이 중요한 시점에서 노동 관련 개혁으로 노조와 대결하느라 정신이 없는 1인 2역을 언제까지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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