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관심사가 전세계로 확장되며 문명교류의 원형을 보여주는 실크로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이에 관한 책도 쏟아져 나온다. 한 때 번성했지만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진 이곳으로 책들은 부산하게 독자들을 이끌고 간다.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가 ‘문명의 루트 실크로드’(효형출판)를 최근 내놓았다. 저자는 ‘신라ㆍ서역교류사’(단국대 출판부) ‘세계속의 동과 서’(문덕사)‘씰크로드학’(창작과 비평사) ‘고대문명교류사’(사계절) 등 실크로드에 관한 역저를 잇달아 펴냈었다.
‘한 권으로 읽고 보는 실크로드’를 표방한 이 책은 글 내용이 쉽고 원색 도판과 지도, 유물 유적 사진이 가득하다.
책은 실크로드를 초원길 오아시스길 바닷길 등 3개 간선과, 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5개 갈랫길로 분류한 뒤 실크로드 주변 지역을 24곳으로 나눠 설명한다.
각 지역을 밟아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빗살무늬토기를 핀란드에서 만나게 되고 마젤란, 바스코 다 가마 등 항해자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파괴한 바미얀석불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각 지역에 대한 간략한 표제 글과, 이를 입증하는 유물과 유적 사진 등이 배치돼있다.
실크로드를 유라시아의 통로로 국한하지 않고 섬나라 일본, 남북아메리카로 이어지는 환지구적 연결로로 보는 것이 책의 특징.
이 개념을 받아들이면 실크로드는 전지구적인 문명을 포섭하게 된다. 저자는 “실크로드를 통한 문명 교류의 역사는 오늘로 이어진 어제의 역사인 동시에 내일로 이어질 미래진행형의 역사”라고 말한다.
‘실크로드 이야기’(이산)는 영국 역사학자 수잔 휫필드가 8~10세기 실크로드에서 명멸한 인물 10명의 삶을 복원한 책이다.
당나라 수도 장안까지를 오가던 사마르칸트 출신 상인, 중국에 팔 조랑말 떼를 이끌고 고비사막을 건너는 위구르의 목부, 정략결혼의 제물이 돼 이역만리 투르크로 시집간 중국의 공주 등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 고구려 출신 당나라 장군 고선지(高仙芝)도 나온다.
국제한국학회가 낸 ‘실크로드와 한국문화’(소나무)는 단일 민족, 단일 문화를 고집하는 우리 풍토에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 음악을 비롯한 아시아 음악 대부분이 인도에 기원을 두고, 복식은 몽골에서 비롯됐으며 우리 문화는 중국뿐 아니라 남아시아, 서아시아와도 폭넓게 교류했다고 주장한다.
‘실크로드 견문록’(다른 우리)은 독일 국영방송 ZDF가 1999년 성탄절 특집 삼부작으로 내보낸 ‘뉴실크로드’를 글로 옮겼다.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인 카라코룸과 세계의 지붕 파미르고원 등 실크로드를 따라 가면서 역사적ㆍ문화적 배경을 소개한다. 현장보고도 겸한다.
‘실크로드의 악마들’(사계절)은 영국 더타임스지의 아시아 전문기자 출신 피터 홉커크가 쓴 역사 다큐멘터리.
20세기 초 중국 위구르 자치구 폐허 속에서 문명사에 획을 그을 유물이 발견된 뒤 서방의 발굴가들이 자행한 유물 유출 행위를 기록, 고발한다.
유물을 그대로 뒀다면 원주민에 의해 더 많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황하에서 천산까지’(사계절)는 서울대 김호동 교수가 쓴 기행문. 중앙아시아에서 티베트족 회족 몽골족 위구르족 등 4개 민족의 영욕의 역사를 회상해본다.
당 태종의 딸인 문성공주가 화친의 상징으로 티베트에 시집간 사연과 제14대 달라이 라마의 독립노력을 애정과 연민으로 소개한다.
이슬람을 신봉하면서 중국 편입을 거부해온 위구르족, 중국 편입에 죽음으로 맞선 회족 등도 나온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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