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린“툭하면 트집을 잡고 자기중심적인데다가 인생에 막연한 불만을 품고 있는 인물. 그는 바로 그런 인간이다.” 영국 영화비평가 데이비드 로빈슨이 ‘바로 그런 인간’ 찰리 채플린의 자취를 좇았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화면 속에서 소리없이 아우성치던 영화 배우. 채플린의 희극적 모습에서 저자는 인간 일반의 비극성을 발견한다. 런던 문서보관소, 오래된 극장의 기록까지 끄집어내 저자는 채플린의 일생을 재구성했다.
로빈슨이 1985년에 낸 책 ‘채플린’은 저자에 따르면 채플린의 ‘나의 자서전’(1964년)을 보완하려 한 평전이다. 연대기적 사실을 충실하게 기록하면서, 채플린의 웃음 뒤에 숨은 눈물을 찾아낸다. 지팡이를 휘두르며 오리걸음으로 걷는 콧수염의 남자는 사실 사상가였고 사회비판가였으며 실천가였다.
매카시즘의 열풍이 불어닥친 1950년대 초반 채플린은 영화 ‘뉴욕의 왕’을 제작했다. 매카시즘을 비판한 유일한 영화였다. 그는 자신이 거대한 미국 시장을 완전하게 잃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영화를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꼼꼼한 자료 수집 덕분에 영화에 대한 채플린의 집념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큰 성과다. 채플린 영화의 제작 과정, 관객 반응, 그와 염문을 뿌린 수많은 여배우, 작업 메모와 스튜디오 일지 등등.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성,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라고 채플린은 말했다. 채플린을 이해하기 위해 절실한 것도 지식이 아니라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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