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차로프 소설 '오블로모프'허무감에 젖어 있고 시대에 뒤떨어진 19세기 러시아인 모습을 일컬어 ‘오블로모프시치나(오블로모프 기질)’이라 한다.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1812~1891ㆍ사진)가 185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오블로모프’에서 비롯된 것이다.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전2권ㆍ문학과지성사 발행)가 번역출간됐다. 대산세계문학총서 11권으로 나왔다. 8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한 비평가가 소개하는 ‘오블로모프’의 내용은 이렇다. “제1부에서는 오블로모프가 소파에 누워 있고, 제2부에서는 그가 올가와 사랑에 빠지고, 제3부에서는 자신이 꿈꾸던 사람이 오블로모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올가가 결별을 선언하고, 제4부에서는 올가가 오블로모프의 친구 슈톨츠와 결혼하고 오블로모프는 자신이 세들어 사는 주인집 여자와 결혼한다. 이것이 전부다.”
이 단순한 내용은 그러나 당시 러시아의 사회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한 것이었다. 오블로모프는 안락하고 부유한 삶을 즐기는 시골 귀족이다. 반대편에 선 슈톨츠는 정력적이고 활동적인 인간이다. 느긋한 몽상가와 민첩한 실리적 인물의 대결 구도는 귀족주의의 오랜 전통과 막 시작된 산업화의 대립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꿈만 꾸는 귀족은 무력하다. 사랑이 유약한 인간의 비극의 골을 더욱 깊게 한다. 오블로모프는 교육받지 못했지만 헌신적인 주인집 여자를 감상적으로 사랑하고,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사랑 때문에 그는 연인의 오빠들에게 이용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작품 속에서 슈톨츠는 오블로모프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자네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뭐야?” 오블로모프는 반문한다.
“모두들 뒤질세라 경쟁하듯 뛰어다니고 추악한 놀이에 탐닉하고 중상모략과 험담으로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거기에 사람은 어디 있는 거야? 그의 목적은 어디에 있고? 도대체 어디로 다 숨어버렸고 왜 그렇게 하찮은 일에 정력을 낭비해야만 하는 거지?” 오블로모프는 이렇게 탄식만 한다. 어려움 없이 생활하는 동안 결단력과 행동을 빼앗긴, 교양 있는 무용자(無用者)의 모습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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