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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환경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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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환경미화

입력
200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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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요일 아침이었다. 둘째딸(중학2년)이 학교에 간다길래 “오늘 일요일 아니냐”고 했더니 “환경미화하러 가요”라며 집을 나섰다. 저녁 무렵 돌아온 딸에게 “환경미화가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그랬더니 하는 말이 학급 게시판을 꾸미는 것이라고 했다. “왜 그것을 만드느냐”고 재차 물으니 “몰라요.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께 여쭤보니 선생님도 ‘이런 거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라고 했다.

■ 사실은 나도 환경미화가 무엇인지 잘 안다. 30여년 전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도 숱하게 환경미화 작업에 참여한 기억이 있다. 3월이 되어 새 학년이 되면 반장 선거가 있고 그리고는 방과후 교실에 남아, 혹은 일요일에 학교에 나가 선생님과 환경미화를 했다.

그때도 교실 뒤편의 게시판을 어떻게 꾸미느냐가 관심사였다. 친구들과 같이 아이디어도 짜고 백과사전도 뒤지고 시청에 가서 자료를 얻어온 적도 있었다.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색종이, 사인펜, 매직펜 등을 사서 써넣고 오리고 붙이는 식으로 했다.

■ 어린 나이였지만 환경미화의 ‘진짜 이유’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교육위원회에서 장학사가 시찰이라도 나올라치면 야단법석을 떤다. 학년별로 환경미화 대회를 열어 시상도 하면서 독려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학급신문도 만들고 과학이나 지리 사회 등에 관한 정보로 게시판을 장식해놓아도 며칠뿐이었다. 아이들도 하루이틀 지나면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장학사가 가고 나면 그것으로 1년 동안의 환경미화는 끝이었다.

■ 요즘도 ‘윗사람’ 때문에 환경미화를 하는지 차마 딸아이에게 더 묻지 못했다. 대신 “다른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냐”고 물으니 “아무도 안 봐요. 오히려 거치적거려서 찢어지고 더러워지고…”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전문가가 아니라 이런 식의 환경미화가 얼마나 교육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30년 전에 하던 일을 아직도 하고 있다니, 지금 인터넷 세상이 맞는지 모르겠다.

신재민 논설위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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