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촉구하는 등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전쟁양상으로 치닫던 중동사태가 전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테러가 근절되기 전까지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 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요구에 우회적인 거부의사를 표명했다.하지만 미국 정부가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을 분쟁지에 급파하면서까지 개입에 나섬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은 어떤 식으로든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철군이 실행에 옮겨진다 하더라도 자살폭탄테러 중지, 휴전협상 등 그 이후 전개될 상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데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즉각적 철군을 거부한 데서 알 수 있듯 휴전을 위한 양측의 전제조건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언제든 피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성명서에 나타난 부시 대통령의 중동 시각이 과거 정부 입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데서 더욱 커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요구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정당한 자위권” 을 갖고 있다고 면죄부를 줬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는 평화협상의 주체라고 인정하면서 최근의 사태 책임이 그에게 있다고 여러 차례 비난했다.
철군과 자위권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지, 아라파트 수반의 정치적 위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등에 대한 애매한 미국 정부 시각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일각에서 부시 대통령의 성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고 반발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중동특사 외에 정부내 어떤 고위관리의 특사 파견이 필요치 않다는 지금까지의 고집스런 주장을 철회하고 파월 장관을 보내기로 했다는 것도 한편으론 미국측이 사태를 잘못 파악한 데 따른 초조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무부는 이날 다음주 중동으로 떠나는 파월 장관이 모로코 이집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요르단 사우디 아라비아 등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월 장관은 8~11일 독일 스페인을 순방키로 이미 예정돼 있어 부시 대통령의 ‘파월 특사카드’ 가 급조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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