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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콜롬비아 생태공동체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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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콜롬비아 생태공동체 현장을 가다

입력
200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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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오따쓰콜롬비아에서는 반군과 마약 조직, 이들과 맞서는 정부군 등이 벌이는 총격전이 일상적이다. 마을이 이뤄진 지 30년 가까이 되도록 어느쪽으로부터도 침탈을 받지 않는 곳이 있는 것은 그래서 기적 같은 일이다. 이 나라 동쪽 초원의 가비오따스가 그곳이다. 정부나 반군 모두 가비오따쓰를 콜롬비아의 미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비오따쓰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비오따쓰’(월간 말)가 우리 말로 번역됐다. 미국 국영라디오방송의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먼이 쓴 이 책은 1971년 파올로 루가리 등 콜롬비아의 이상주의자와 과학자, 기술자들이 수도 보고타에서 자동차로 무려 16시간이나 걸리는 황무지 가비오따쓰에 생태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은 수동펌프를 발명, 시소와 연결해 아이들이 시소를 타면서 지하수를 뽑아 올렸다. 지하수에서 세균을 없애기 위해 태양열 주전자를 개발했고 온화한 열대바람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풍차, 비가 올 때 작동되는 태양열 온수기 등을 잇따라 만들었다.

화석 에너지를 대신하는 이런 기구들은 나중에 중남미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고 콜롬비아에서만 700여 마을이 가비오따스에서 개발한 수동펌프를 사용하게 됐다.

80년대 중반부터는 나무에 주목한다. 이들은 가비오따스로 옮겨오면서 온두라스산 소나무를 비롯, 무려 6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온두라스산 소나무는 벌목하지 않고도 송진을 채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들은 송진을 석유를 대신, 물감 화장품 향수 약품의 원료로 이용했다. 나무 아래에는 열대삼림이 살아났다.

책은 대안 기술 개발, 자급자족의 과정을 이들이 오지에서 벌이는 자연과의 싸움과 함께 보여준다. 또 그 과정에서 겪은 갈등도 나온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가비오따쓰는 이제 과이보인디언, 농민들까지 합류, 250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이 형성됐다.

아쉬운 점은 96년에 나왔기 때문에 그 이후 상황을 알 수 없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80년대 중반 구미간첩단 사건으로 13년간 복역한 뒤 출감, 생태운동가로 변신한 역자 황대권씨는 “책을 번역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알아보려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현지를 방문, 가비오따쓰의 지금 모습을 보여주는 책을 직접 한번 써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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