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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베트남 승려 틱낫한 책 2권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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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베트남 승려 틱낫한 책 2권 번역

입력
200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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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베트남 승려 틱낫한은 시인이요, 선사요, 평화운동가다. 부처의 직계 자손으로 열 여섯 나이에 불가에 입문, 평생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죽어가는 동포를 위해 세계를 순회하며 전쟁 반대 연설을 하고 법회를 열었다.

불교평화대표단 의장으로 파리 평화회의를 이끌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와 더불어 이 시대 불교의 쌍벽을 이루는 그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세상을 생각해보자고 말하면서 그 방법으로 명상법을 제시해 세계의 많은 이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그가 1967년 마틴 루터 킹 목사에 의해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추천된 것은 그런 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틱낫한이 마음의 평화를 전하는 책 ‘화’(명진출판)와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나무심는 사람)가 한꺼번에 번역돼 나왔다.

‘화’는 화를 ‘마음의 씨앗’으로 본다. 우리 마음에는 기쁨 사랑 같은 긍정의 씨앗과 미움 절망 같은 부정의 씨앗이 있다. 평상시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 지는 바로 자신에게 달렸다. 특히 현대 사회는 화나는 것 투성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출근시간 전철 안에서, 직장 상사 때문에 화가 난다. 일상생활에서 빚어지는 일 때문에 일상적으로 화가 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리를 지를까. 물건을 내던질까. 참기만 할까. 틱낫한은 어느 것도 해결책이 아니며, 남을 탓하거나 스스로 자책하기 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틱낫한은 화가 났다면 말을 삼가고,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라고 일러준다. 화가 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하면, 그 역시 같은 말을 해 둘 다 마음이 아플 것이고, 거울을 통해 본 화난 얼굴은 극도로 긴장해 일그러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과 대화하고 상대방을 연민의 감정으로 대하면 어떤 동요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평상시 마음을 다스리면 외부 자극에도 동요하지 않고 쉽게 화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말미에는 화를 다스리는 4가지 방법이 소개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맹세가 첫번째다. 부부와 가족, 친구들이 더 이상 상대방을 화나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말 혹은 행동을 하지 않고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겠다는 일종의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다. 두번째는 마음을 너그럽게 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훈련법이 제시된다.

세번째는 호흡. 숨을 들이쉴 때는 “안으로”, 뱉을 때는 “밖으로”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서 화 난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의 고통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몸의 긴장을 푸는 에너지를 만드는 법. 눈을 감고 방바닥이나 침대 위에 편하게 누워 바닥에 닿는 신체의 감각을 느끼면서 호흡을 하는 것이다.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어디를 향해 그렇게 서둘러 가는지, 달려가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지 생각하게 하고, 우리가 발전이라고 믿고있는 것이 발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살라는 이 책은 그래서 설거지할 때는 설거지가, 차 마실 때는 차 마시는 일이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책 역시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의 글이 많으며, 수련법도 자세히 소개한다. 수련법은 아침에 일어날 때 웃는 것으로 시작된다. 웃기 위해서는 웃음을 연상시키는 물건을 천장이나 벽에 붙여놓으라는 요령도 일러준다. 음악을 들으면서도 웃는 게 좋다. 맨바닥에 누워 부드럽게 호흡하면서 근육의 힘을 빼는 것도 수련의 하나다.

틱낫한은 80년대초 프랑스 보르도에 플럼 빌리지라는 명상수련센터를 세워 세계 각국서 온 사람들이 이 같은 방법에 따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물질주의시대에 쫓기듯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그가 전하는 말이 구체적이지 않고, 현실의 각박함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평화를 얻으려면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그의 기본 가르침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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