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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봄가뭄 바라만 볼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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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봄가뭄 바라만 볼건가

입력
200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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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 때면 연례행사처럼 봄 가뭄이 찾아와 전 국민을 목타게 한다. 우리나라 전체 물 사용량의 과반수가 농업용수이고, 전세계적으로는 전체 물 사용량의 80%가 농업용이다.그래서 도시인들조차 가뭄이 왔다면 농사부터 걱정한다. 1960~80년대만 하더라도 몇 년에 한번씩 찾아오던 가뭄이 이제는 거의 한해 걸러 한번씩 불청객처럼 찾아온다.

우리나라는 계절별, 연도별, 지역별 강수량의 편차가 심하다. 또 국토의 65%가 산악 지대이고, 하천의 경사도 급한데다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는 아시아 몬순 기후적 특성 때문에 홍수로 강물이 한꺼번에 바다로 흘러가 버리므로 봄철의 갈수기에는 수량이 지극히 적어 물을 이용하기가 어렵다.

예로부터 우리나라가 저수지를 중심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형편이 비슷한 일본만 하더라도 강물 이용이 전체 농업용수의 80%를 차지하지만 우리 나라는 저수지 물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새 저수지는 단 한군데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경기 연천댐의 경우 여론에 밀려 오히려 허물어 버리기도 했다. 그 결과 그 곳은 다른 곳보다 가뭄 피해를 더 많이 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가뭄 대책은 두가지다. 하나는 여름철 비가 많이 올 때 물을 저장해 갈수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댐의 저수능력을 늘리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러한 저수지의 물을 절약해 사용하는 합리적인 물 관리 대책이다.

댐의 건설에는 환경시민단체(NGO)들의 반대가 거세다. 물 절약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절약만으로는 가뭄과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가 어렵다. 물 부족의 원인이 우리나라 기상·지형적인 탓도 있지만 지난 20년간 산업(농업 포함)의 발전과 도시화에 따라 물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댐의 저수 능력을 늘리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댐이나 방조제를 쌓아 새로운 저수지나 담수호를 만드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이미 만들어진 댐의 높이를 더욱 높임(嵩上)과 동시에 저수지 내부에 쌓인 토사를 준설하는 것이다.

현재 가뭄 대책으로 저수지 준설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나 저수 능력을 근본적으로 키우지 않고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기존에 댐이 있는 곳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물을 가두기에 충분한 용량을 이미 가지고 있었으나, 개발 당시에는 그 때의 수요량에 맞추어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물을 더 많이 저수할 수 있는 능력도 귀중한 자원이다. 이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천연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이다.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는 1993년 제15차 헤이그 총회에서 장래의 수자원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농업용수 절약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한 뒤 ‘헤이그 선언’을 발표했다. 금년의 제18차 몬트리올 총회에서는 농업용수의 절약에 대한 하나의 행동지침으로서 ‘참여형 관개’가 제안될 예정이다.

즉, 농업용수의 최종 사용자인 농민을 어떤 형태로든지 물 관리에 참여시켜 물 관리의 합리화를 꾀하고 궁극적으로 절약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업용수는 중앙 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농민은 농업용수 이용요금이 면제돼 농업용수가 공공재(公共財)로 되어있는 상태다.

소위 ‘공유지의 비극’에서 볼 수 있듯이 농업용수의 공공재화는 남용에 의한 수자원의 부족이라는 결과를 낳고, 정부가 농민의 물 관리를 대행해 농민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제 합리적인 물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선진적인 물 공급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물 관리 조직도 ‘21세기 형’으로 바꾸는데 힘써야 한다.

권순국 서울대 교수·한국농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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