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林東源) 특사의 방북은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걷어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남북은 공동보도문 작성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미국의 대북 강경책과 북한의 버티기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위기를 대화로 풀 여지를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6차 장관급 회담 결렬 이후 꽉 막혀있던 남북관계도 전면 복원됐다.
특히 임 특사와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이 핵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를 북미간 대화로 풀자는 해법에 공감했다는 사실은 일단 한반도 위기의 핵심 변수를 해소한 것이다.
더욱이 WMD 문제는 북미간 의제로 간주돼 왔기 때문에 임 특사가 김 위원장을 설득했다는 점도 절차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남측이 북미간 갈등의 관전자에서 주도적 중재자로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물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북미 대화의 의사를 표명하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전제했다. 그러나 큰 방향을 대화 쪽으로 잡았기 때문에 ‘미국의 태도 변화’라는 조건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사(修辭)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향후 북미간 대화는 뉴욕채널이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차원에서도 이루어지겠지만, 잭 프리처드 미 대북교섭 담당대사 등 고위급 인사가 방북, 전반적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국면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높다.
이 과정에서 걸림돌은 북한의 경수로 건설지연 보상요구와 미국의 핵 조기사찰 요구 사이에 놓여진 간극이다.
임 특사는 이번 방북에서 이를 메울 방안으로 남측의 전력지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이 9ㆍ11 테러 이후의 국제정세 변화에도 인식을 접근시켰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임 특사는 북측이 고수해온 통미봉남(通美封南) 보다는 먼저 남북관계를 풀자는 선남후미(先南後美) 정책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북측이 이에 동의한데는 춘궁기, 파종기에 남측의 식량ㆍ비료 지원이 절실한 측면도 있지만, 미국을 직접 움직이기 힘들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측면도 있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등의 조속 재개에 합의한 것도 고무적이다. 이는 남북관계 정상화의 신호탄이다.
남북은 경협추진위에서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개발, 임진강 수방대책 등 실질적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켜볼 대목들도 적지 않다. 북측이 전면적으로 대미대화 재개를 확약한 것은 아닌데다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접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양측의 힘 겨루기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북 지원을 놓고 ‘남남 갈등’이 재연될 소지도 있다.
전략지원 문제만 하더라도 북미간 갈등을 우리가 대신 떠안는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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