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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우위'시대…가전업체 "목좋은 진열대자리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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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우위'시대…가전업체 "목좋은 진열대자리를 잡아라"

입력
200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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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박람회(CES)에 참석했던 삼성전자 진대제(陳大濟) 사장은 현지에서 수많은 거래ㆍ협력업체 경영진들과 접촉했다.그러나 진 사장이 가장 ‘공’을 들인 면담자는 마이크로 소프트도, 휴렛 팩커드도 아닌 베스트 바이와 시어스 같은 양판점 경영진들이었다.

진 사장은 “과연 대형 유통업체들이 삼성전자 제품을 받아주느냐, 받아줄 경우 어느 위치에 진열해주느냐에 따라 시장공략의 성패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산-유통의 관계역전

최근까지도 국내시장은 ‘생산자 시장’이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들은 대리점 직영점 등 자체 유통망을 통해 제품의 80% 이상을 판매했다.

그러나 하이마트 테크노마트 등 대형 양판점의 등장과 할인점ㆍ홈쇼핑ㆍE쇼핑 등 ‘신유통’의 확대는 생산과 유통의 관계를 점차 역전시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체 유통망(대리점 및 직영점) 판매비중은 지난해 60% 수준으로 떨어졌고, 대신 한자릿수에 머물던 양판점 비중은 15%까지 올라섰다.

같은 메이커 제품만 취급하는 대리점 보다는 여러 회사 제품을 비교구매할 수 있는 양판점이나, 값이 저렴한 할인점 및 홈쇼핑ㆍE쇼핑으로 소비자의 발길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가전시장도 양판점의 공격에 대리점비중이 30%이하로 추락했다”며 “지금 추세라면 우리나라도 2~3년내에 자체 유통망 판매비중이 50%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역전의 실상

하이마트가 대우전자 제품반입을 기피하면서 시작된 최근의 대우전자-하이마트 분쟁은 생산과 유통간 힘의 역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워크아웃 상태라고는 하지만 대우전자 같은 대형메이커 제품취급을 유통업체가 거부한다는 것은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업체들은 아직 유통업체에 ‘협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초 한 가전업체가 자체 유통망(대리점)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양판점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취지를 사전설명했던 사실은 대형업체들도 이제 양판점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판점에선 소비자들의 ‘눈높이’ 진열여부가 결정적인데 만약 양판점측과 마찰이라도 빚는다면 ‘로열박스’를 경쟁사 제품에 내줄 수도 있어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의미

외부 유통망의 확대에 대응키 위해 업체마다 대리ㆍ직영망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양판점이나 할인점에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대리점을 복합ㆍ전문ㆍ대형화하는 쪽으로 컨셉을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업계는 시장지배력을 둘러싼 사활을 건 싸움이지만, 이처럼 생산자 독점시장이 해체되고 생산과 유통이 가격과 서비스로 경쟁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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