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고위간부가 16대 총선 직전 김홍일(金弘一) 민주당 의원에게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과장과 진승현(陳承鉉) MCI코리아 부회장을 보내 총선자금을 제의하고 친필서한까지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검찰에 따르면 정 전 과장은 2000년 4ㆍ13총선 직전 국정원 2차장의 지시에 따라 목포로 김 의원을 찾아가 진씨의 돈 1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제의하면서 2차장 명의의 인사말과 총선자금 제공 배경이 적힌 친필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김 의원은 이 돈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었다.
정 전 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진씨와 함께 김 의원을 찾아가 정치자금 1억원을 제의하면서 당시 엄익준(嚴翼駿ㆍ사망) 국정원 2차장의 친필서한을 함께 전달했다”며 “엄 전 차장은 내가 김 의원과 친한 것을 알고 편지를 작성해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진씨도 엄 전 차장 명의의 편지 전달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엄 전 차장은 당시 암 투병 중이어서 업무를 보지 못하는 상태였던 데다, 사실상 직무대리 역할을 한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이 선거자금 제의를 거절 당한 직후 김 의원으로부터 “마음만은 받았다”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김 전 차장이 서한작성 및 선거자금 전달의 실질적 지시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김 전 차장은 2000년 10월 교육문화회관 등에서 가진 대책회의에서도 “김 의원에게 돈과 편지를 전했는데 김 의원이 돈을 거절한 뒤 전화를 해왔다. 역시 김 의원이 최고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들 국정원 간부가 총선 과정에서 벤처자금 등을 특수사업비 명목으로 정치인에게 제공했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편 진승현 게이트를 재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는 김재환(金在桓) 전 MCI코리아 회장이 진씨로부터 7억원의 로비자금을 추가로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K교회 등 김씨의 10여개 계좌를 추적, 정ㆍ관계 인사에 전달됐는지 확인 중이다.
검찰은 또 김 전 차장의 중소기업청 로비와 관련, 당시 국정원 출입직원 심모씨로부터 “김 전 차장이 중기청 고위간부에게 감사무마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 국정원 간부들이 중기청 벤처자금 지원과정에 개입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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