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토토로, 나이: 미상, 서식지: 깊은 숲속 고목 아래, 특기사항: 어른은 볼 수 없다.4세 소녀 메이가 붙여준 이름이다. 북유럽의 요정 토로루가 변형된 말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아마 어려운 말을 좋아하는 어른들의 해석일 것이다.
꼬마 메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언어를 ‘토토로 토토로’라고 흉내냈다.
요놈의 생김새는 이렇다. 수염은 고양이를 닮았고, 눈은 부엉이, 길고 푹신한 털은 꼭 팬더를 닮았다.
어찌 보면 인상이 너구리를 닮기도 했다. 큰 토토로는 2㎙가 넘어 스모 선수만하고, 꼬마 토토로는 토끼만하다.
아마 어른들이 숲 속에서 마주쳤다면 놀랄만한 큰 덩치이지만, 온순하기 짝이 없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고, 틈만 나면 잠을 자는 토토로는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 시간만 빼면 맨 날 잠만 자는 양순한 코알라를 닮기도 했다.
수 백 살인지, 수 천 살인지 나이도 알 수 없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닮은 토토로. 그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생태주의적 세계관을 구현한 캐릭터, 그 자체이다.
토토로의 또 다른 매력은 신비감. 토토로는 병든 어머니를 걱정하는 두 소녀, 메이와 사츠키의 눈에만 보인다.
아마 어른들은 아이들이 병든 엄마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헛 것을 본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들이 못 보는 것을 본다.
‘디 아더스’에서도 이승의 사람을 알아 보는 것은 소년이었다. 인상이 매우 흉악해 보이는 이웃집 칸타 할머니. 내면과는 상관없이 병을 앓아 험악하게 된 할머니의 얼굴처럼 보이는 것과 진실은 다르다.
토토로라는 존재는 시간에 침식당한 우리의 눈이 얼마나 많은 것을 못보고 있는 지 증명한다. 그래서 더욱 끌린다.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는 1988년 일본에서 개봉해 평론가와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7월에야 극장을 찾았다.
물론 애니메이션 팬들은 13년 시간차를 견디지 못하고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토토로와 ‘접선’을 해왔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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