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3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사실상 중단하고 스위스도 관계를 재검토키로 하는 등 국제 사회의 이스라엘 압박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요르단강 서안 최대 도시인 나블루스를 점령하는 등 군사작전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샤프와트 엘 셰리프 이집트 공보장관은 이날 팔레스타인에 도움을 주는 외교 접촉을 제외한 이스라엘과의 모든 접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의 이번 조치는 최근 중동 분쟁 격화 이후 주요 아랍국에서 나온 첫 대 이스라엘 제재다.
이집트와 더불어 아랍국 가운데 이스라엘과 온전한 외교 관계에 있는 요르단의 관리들도 암만 주재 이스라엘 대사 추방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스위스 외무부의 무리엘 베르셋 코헨 대변인도 이날 “아리엘 샤론 총리가 현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한 이상 그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 이스라엘 경제ㆍ군사 관계를 재평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도 이스라엘 군의 팔레스타인 영토 철수와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4일 이 지역에 평화사절단을 파견해 샤론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면담할 계획이다.
주요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미국만이 거듭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휴전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해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미국의 소극적 개입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다음 주 예정된 독일 스페인 방문 일정이 “유동적”이라고 말해 유럽에서 중동 특사들과 만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오후 100대가 넘는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로 진격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6일 동안 헤브론과 예리코를 제외한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주요 자치 도시 5곳을 장악했다. 베들레헴 성탄교회로 피신한 100여 명의 팔레스타인 경찰과 민병대원들은 이스라엘 군에 포위된 상태에서 계속 대치 중이다.
한편 레바논 내 이슬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이날 이틀째 국경 지역에서 이스라엘 군과 교전을 벌여 이스라엘과 인근 아랍국의 확전 우려도 계속 커지고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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