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후보측은 4일 "노무현 후보는 집권 시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느냐"며 노 후보의 언론관을 집중 공격했다.이 후보측은 "노 후보가 지난해 8월1일 기자 5명과의 저녁식사 모임에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한 얘기"라고 주장하며 그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이 후보의 김윤수 공보특보가 노 후보의 발언이라고 주장하며 소개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나라의 발전과 국민통합,강력한 개혁을 위해서는 언론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므로 한국은행의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메이저 신문들을 국유화하겠다''언론사주의 주식 보유 제한도 필요하다'등 유력신문 국유화 및 족벌의 언론 소유제한 등과 관련된 것이다.
김 특보는 또 '노 후보는 '과거에 동아일보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노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대통령이 된다면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 퇴진을 요구하되 이를 거부할 경우 동아일보를 폐간시키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특보는 "언론 국유화는 공산국가에서도 있을 수 없는 발상으로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여론조작을 하는 것이 유일한 사례일 뿐"이라며 "노 후보는 언론을 장악해 무슨 일을 추진하려 했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특보는 이와 함게 "노 후보가 지난해 12월 기자 10여명과 만나 '선거에 여러 번 출마할 때마다 법정 선거비용을 2배 정도 초과 지출했다.2000년 총선에 출마했을 때는 한번 원도 없이 돈을 써봤다'고 말했다"며 노 후보의 법정 선거비용 초과 의혹을 제기했다.
김광덕기자
■노무현 후보측은 저녁식사 모임에서의 언론관련 발언을 문제 삼은 이인제 후보측 주장에 대해 “그런 내용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 어떤 독재자가 나와도 실현할 수 없는 해괴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노 후보측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이날 “노 후보는 어떤 식사자리에서도 언론 국유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 특보는 또 “특정 신문의 폐간을 언급했다는 주장도 술자리에서 농담으로라도 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발언 사실을 부인했다. 유 특보는 “언제까지 쓰레기통을 뒤지는 지저분한 정치를 계속할 것이냐”고 통박했다.
노 후보측은 이와 함께 “지난해 말에도 특정 신문의 기자가 이 후보측 주장과 똑 같은 내용을 기사화하겠다며 문의를 해온 적이 있다”며 “그 때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기사화를 포기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 후보측 주장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내용이 정치권에 유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 후보측은 “문제의 식사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들이 관련 사실을 밝히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특보는 16대 총선 때 쓴 비용에 대해 노 후보가 언급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원도 한도 없이 쓸 돈이 어디 있느냐”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당시 同席 기자들 입장
이인제 후보측이 노무현 후보의 ‘메이저 언론 국유화’발언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한 기자 5명은 4일 “노 후보가 비보도를 전제로 얘기했으므로 이 후보측 주장의 진위에 대해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공동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 후보측 주장에 대한 대응책을 상의한 뒤 “지난 해 8월1일 노 후보와 여의도 음식점에서 저녁을 함께 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당시 민주당을 취재하던 84학번 대학 동기 신문사 기자 3명과 방송사 기자 2명이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접촉한 결과 ‘메이저 언론 국유화’부분에 대한 이들의 기억은 서로 엇갈렸다. 한 기자는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으나 다른 기자는 “노 후보가 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고 정반대의 얘기를 했다.
또 다른 기자는 “언론개혁 문제를 놓고 노 후보가 약간 흥분된 상태에서 몇 가지 정제되지 않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는 기억 나지 않는다”며 “동아일보 폐간 얘기도 하긴 했지만 무게를 실은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노 후보가 사주의 언론사 소유지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사원지주제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했었다”고 소개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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