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축적’과 같은 모호한 표현을 싫어합니다. 솔직하고 직선적인 표현으로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겠습니다.”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처음 주재한 박승(朴昇·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전철환(全哲煥) 전 총재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드러냈다. 전 총재가 주로 말을 빙빙 돌려가며 우회적으로, 조심스럽게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박 총재는 핵심을 찌르는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게 가장 큰 차이점. “분분한 해석이 나오거나 시장의 오해가 없도록 분명하게 말하겠다”는 게 박 총재의 생각이다.
전 총재가 ‘신축적’ ‘탄력적’이란 다소 애매한 단어를 즐겨 썼다면 박 총재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의 양비론적 단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단어는 싫다”고 잘라 말했다. 박 총재는 사전에 이날 금통위 발표문을 직접 뜯어 고쳐 자신의 색깔을 담았다는 후문이다.
한 금통위원은 “박 총재가 워낙 명쾌한 화법을 좋아하지만, 중앙은행 총재의 말이 너무 단정적이면 시장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등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용어를 다소 추상화, 여운을 남기도록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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