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햇살 좋던 어느 봄 날.“나 낚시 갔다 와도 돼?”“네,다녀와요.”
“그럼 선물 줘.”“무슨 선물이요?”
“당신이 지난번에 결혼 기념일 선물로 낚싯대 준다고 했잖아.”
“아~ 내년 결혼 기념일에 줄게요.”( 대충 넘겨야지. .. )
“우씨… 다시 결혼해! 선물 받게!.”
“오호~ 내가 다시 결혼 하게 되면 자기랑은 안하징~ 오호호호!"
“…고마워!” “윽…T.T;;”
결혼기념일과 둘째 아들의 생일이 하루 차이라 재작년에는 출산으로, 작년에는 돌잔치 준비로 남편에게 결혼기념일 선물을 하지 못했다.
아내의 생일은 헷갈려 하지만, 결혼기념일만은 꼬박 꼬박 잊지 않고 챙겨주는 남편이라 내년에는 낚싯대를 꼭 선물하겠고 약속했었다.
얼마 남지 않은 결혼기념일에 어떤 선물을 할까. 우선 남편에게는 낚시 종합선물세트면 아주 좋겠지.
중간크기의 정리함을 하나 준비해서, 형광색 예쁜 찌와, 낚시줄, 봉돌, 바늘들을 칸칸이 채워 놓고, 봄낚시 안내가 자세히 나와 있는 낚시 잡지책을 하나 사서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낚싯대 사진들과, 얼마의 현금을 책갈피 사이에 넣어 둘까 한다.
좋은 낚싯대는 너무 비싸니 사진으로나마 내 마음을 전하고, 남편의 마음에 드는 낚싯대를 사는데 보태라는 사랑과 감사의 편지와 함께.
직업 탓에 늘 복권을 가득 지갑에 넣어 다니는 남편에게 즉석복권도 몇 장 곁들여서 그 날의 행운도 기대해 보고, 마지막으로 정성스러운 포장을 하고, 저녁 상은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과 찬 소주 한 병으로 우리 가족만의 만찬을 준비할까 한다.
종종 연애시절을 회상하면 남편과 나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그 때 참 좋았었지…”
하지만 나는 또 이렇게 말한다. “지금도 너무 행복한걸요….”
노지영ㆍ여성포털 ‘마이클럽’ 칼럼니스트
loh1120@mi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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